[뉴스토마토 최원석 기자]
메디톡스(086900)와
대웅제약(069620)이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반박과 재반박이 오가며 감정 싸움이 격화되는 모습이다. 양사의 분쟁으로 국산 보톡스에 대한 소비자 불안감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지난해부터 보톡스 균주 출처를 두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1년 넘게 서로를 비방하며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양상이다.
국산 보톡스 균주 논란은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자사 보톡스 균주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대웅제약의 보톡스(나보타)가 자사 제품(메디톡신)과 염기서열(DNA 기본단위)이 일치한다는 것을 근거로 내세웠다. 대웅제약은 보톡스 균주를 자체 발견했다며 경쟁사를 음해하기 위한 허위주장이라고 맞서고 있다.
보톡스 균주 논란은 자체 발견 여부로 요약된다. 이 문제를 두고 양사는 한국에 이어 미국에서까지 명예훼손과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양사의 주장은 동일하다. 서로 불법적으로 보톡스 균주를 확보했다는 의혹 제기다. 재반박과 해명도 마찬가지다. 자사 보톡스 균주는 합법적 절차를 밟았다며 서로 균주 출처를 밝히라는 동어반복이다.
보톡스는 미국 엘러간이 1989년 출시한 이후 현재는 9개 제품이 전세계에서 허가를 받았다. 이중 이중 4개사가 국내 업체다. 메디톡스는 2006년 '메디톡신'을 발매해 보톡스 국산화에 성공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를 2014년 발매했다. 메디톡신을 포함해 5개 해외제품의 균주는 미국 위스콘신대학에 기원을 두고 있다. 메디톡스는 위스콘신대학에서 보톡스를 연구하던 양규현 박사가 들여온 균주를 이용해 보톡스를 개발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소유권이 없는 위스콘신 대학 균주를 국내에 반입한 것으로 위스콘신 주법상 절도죄에 해당된다"며 "메디톡스는 당시 법규정이 미비했기 때문에 합법적이었다는 수년간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보타는) 질병관리본부, 식약처 등 국가기관으로부터 충분히 검증을 받았다"며 "메디톡스는 문제의 본질이 되는 균주 출처의 근거에 대해 명백히 밝히고 검증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진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로부터 공법적·사법적으로 균주(A형 Hall 균주)를 적법하게 취득해 보유하고 있다"며 "당사자인 위스콘신 대학교가 합법적이라고 인정하는데, 불법적 국내 반입이라는 대웅제약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메디톡스는 국산 보톡스 균주 공개토론회 개최를 제의했다. 공론의 장을 마련해 객관적이고 과학적 판단받아 모든 의혹들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당사를 포함해 대웅제약 관계자, 기자 및 전문가, 규제 당국자들이 참여한 공개 토론에서 명확하게 밝히겠다"며 "해당 토론장에서 대웅제약도 나보타 균주의 획득 경위 및 장소, 균주 발견자, 공정 개발자,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등을 밝혀 논란을 해소하자"고 강조했다.
국내사 간에 보톡스 논란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만 커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보톡스를 믿고 맞아도 되는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며 "해외진출에 나서고 있는 국산 보톡스의 신뢰성 하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메디톡스는 지난 6월 대웅제약을 상대로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원에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청구했다. 미국 법원은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하라고 명령하면서 법적 공방이 미국에서 국내까지 번지는 모습이다. 메디톡스는 오는 30일 대웅제약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정현호 메디톡스 대표이사가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보툴리눔 균주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 공개' 미디어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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