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이미 발행된 서적 표지에 제목을 그대로 둔 채 공저자를 실제 저작자와 다르게 변경한 이른바 '표지갈이' 서적을 발행한 것은 저작권법 위반이란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저작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K대 교수 곽모씨 등 3명에 관한 상고심에서 벌금 1500만원씩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곽씨 등은 2010년 9월 초판 발행된 '전기회로기초'란 서적의 저작자로부터 승낙을 받은 출판사 영업직원 A씨 등과 공모해 2012년 3월 자신들을 공저자로 추가한 해당 서적의 초판 1쇄를, 2013년 3월 해당 서적의 2쇄를 발행하는 등 저작권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해당 서적의 초판 또는 초판 1쇄를 마치 자신들의 저서인 것처럼 업적보고서에 연구업적으로 기재해 교원업적평가자료로 제출하는 등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됐다.
1심은 "저작권법상 '공표'는 저작물을 최초로 공중에 공개하거나 발행한 경우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며 저작권법 위반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방해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씩을 선고했다. 이에 대해 "곽씨 등이 A씨 등과 공모해 2012년 3월과 2013년 3월 발행한 서적은 2010년 이미 발행됐던 서적의 일부 오탈자만 수정해 다시 발행한 것으로, 그 내용은 모두 같으므로 실질적으로 같은 서적"이라며 "따라서 저작권법 제137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공표'에 해당하지 않고, 달리 공표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심은 저작권법 위반 혐의도 유죄로 판단해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저작권법상 '공표'의 개념에는 최초의 발행뿐만 아니라 그 후의 발행도 포함되는 것인바 원심은 위와 같은 '공표'의 개념을 잘못 이해한 나머지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는 검사의 법리오해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실제 저작자의 동의가 있었다 하더라도 저작권법 규정에 따른 범죄는 성립하고, 저작자를 허위로 표시하는 대상이 되는 저작물이 이전에 공표된 적이 있더라도 범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며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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