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단말기 완전자급제(이하 자급제)를 놓고 이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업종별 입장이 갈리면서 최종 시행 여부는 불투명하다. 당정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파열음을 냈다. 자급제는 휴대폰 구매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을 완전히 분리하는 것을 말한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각자 경쟁하도록 해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왼쪽부터)박정호 SK텔레콤 사장, 황창규 KT 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과기정통부 국감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통사들은 긍정적이다. 이통3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자급제 도입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황창규 KT 회장과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30일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해 "자급제가 공정 경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단, 유통망의 피해는 최소화하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도 앞서 열린 국감에서 "단말기와 서비스가 각자 경쟁을 하면 가계 통신비 완화 목표가 달성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가정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며 "자급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제조사들은 신중한 입장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이날 종합감사에서 "자급제에 대한 찬반 입장을 말하기보다, 관련된 분들이 모여 깊은 토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LG전자도 자급제 찬반에 대해 의견이 없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신중론을 고수하고 있지만 회의적인 입장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종합감사에서 "자급제에 원론적으로 동의하지만 이통사·제조사·유통망 등에 미치는 영향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회적 논의기구에서 검토하고 국회와 긴밀히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효성 방통위원장도 지난달 안양의 한 휴대전화 대리점을 방문해 "자급제로 휴대폰 판매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매장 직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다. 휴대폰 판매점과 대리점들은 자급제로 인해 통신비가 내려간다는 근거가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는 자급제 도입에 사실상 여야가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박홍근·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자급제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자급제는 지금도 시행 중이지만 활성화되지 못했다. 공기계 가격이 단말기 출고가에 비해 약 10% 비싸다. 이통사의 지원금이나 각종 혜택도 받을 수 없다. 단말기를 따로 구매하고 이통사 매장에 가서 가입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낳았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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