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정원 돈 수수'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 체포(종합)
국정원장 3명·조윤선 전 수석 자택 등 압수수색도
2017-10-31 11:44:11 2017-10-31 11:44:11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국가정보원 관계자로부터 돈을 상납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에 착수한 검찰이 31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을 체포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안·이 전 비서관을 비롯해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의 자택과 관련 사무실 등 총 1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검찰은 체포된 안·이 전 비서관을 상대로 구체적으로 국정원에서 특별활동비를 상납받은 경위와 용처 등을 조사하고, 나머지 압수수색 대상자의 소환 일정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날 체포된 후 오전 10시2분쯤 서울중앙지검 청사로 압송된 안 전 비서관은 특별활동비를 상납받은 것이 청와대 요구에 의한 것이었는지, 상납받는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도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만 대답했다. 이 전 비서관은 이보다 이른 오전 9시쯤 검찰에 압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특수3부에서 화이트리스트를 수사하던 중 관련 단서를 포착해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라며 "국정원 TF 등 외부로부터 이첩받은 사건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서 돈을 받은 것은 뇌물"이라고 전제하면서 "구체적으로 혐의를 어떻게 적용할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 출석하지 않는 등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7월12일 불구속기소됐으며, 검찰은 이르면 다음달 1일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들은 지난해 12월7일과 22일 청와대와 정부 부처 문건 유출 등에 관한 신문에 출석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조윤선 전 수석은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에 개입한 혐의로 항소심 중인 가운데 보수 단체 지원 명단인 '화이트리스트'와 관련한 수사 대상에도 올랐다. 조 전 수석은 2월7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됐지만, 1심에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위증)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앞서 검찰은 11일 이헌수 전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의 자택 등 9곳을 압수수색한 후 24일 오전 10시 이 전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약 20시간의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했다. 이 전 실장은 현대기아차그룹을 상대로 경찰 퇴직자 모임인 대한민국재향경우회의 자회사 경안흥업에 일감을 몰아주도록 강요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이후 25일 조 전 수석의 전임자인 박준우 전 정무수석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박 전 수석은 2013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재직할 당시 화이트리스트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블랙리스트로 기소된 조 전 수석 등의 1심에 증인으로 나와 보고 여부 등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증언하는 등 위증 혐의도 포함된다.
 
한편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2월 조 전 수석 등을 블랙리스트에 관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전국경제인연합에 활동비 지원을 요구한 보수 단체 명단이 작성된 사실도 밝혀냈다. 청와대는 전경련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보수 단체에 총 68억원 상당을 지원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애초 화이트리스트 사건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의뢰로 지난해 4월부터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에서 관련 수사를 진행했지만, 검찰은 특검팀에 파견돼 블랙리스트 수사를 담당했던 양석조 대검찰청 사이버수사과장이 올해 8월 인사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으로 보임되면서 사건을 다시 배당해 수사하도록 했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의혹’ 관련 긴급체포된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이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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