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5G 유력 '금메달' 후보인 우리나라에 각국이 도전장을 내민다. 눈에 띄는 다크호스는 미국·중국·일본 등이다. 미국은 5G 주파수 정책을 꺼내들며 이통사들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중국은 285조원, 일본은 52조원을 5G 산업에 투자한다. LTE 왕좌를 차지한 우리나라가 5G 경쟁에서 2연패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미국은 FCC(연방통신위원회)와 주요 사업자들이 5G 도입에 적극적이다. 미국 최대 이통사인 버라이즌은 2월부터 애틀랜타·뉴저지 등 도시 11곳에서 5G 시험망을 운영하고 있다. AT&T도 6월부터 텍사스주 오스틴 시 주민들을 대상으로 5G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 5G 통신망이 대용량 비디오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지, 이 과정에서 어떤 사업모델을 찾을 수 있는지가 실험 목표다. T모바일은 2020년까지 미국 전역에 5G 통신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5G 투자 정책이 뒤를 받친다. FCC는 지난해 7월 세계 최초로 5G용 주파수 대역 할당 방안을 승인했다. 지난 14일(현지시간)에는 모든 콘텐츠를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인 망 중립성을 폐지하면서 이통사에게 망 사용료를 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아지트 파이 FCC 회장은 "민간 통신사가 적극 5G에 투자할 수 있도록 최대한 많은 주파수를 공급하겠다"면서 "망 중립성 폐지는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도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에 발맞춰 5G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2023년까지 전국에서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이통 3사는 5G에 약 52조원을 투입한다. 구체적인 5G 사업모델도 구상 중이다. NTT도코모는 자동차 부품업체 콘티넨탈 오토모바일 재팬과 협력해 커넥티드 카의 안전성을 높이고 있다. KDDI는 건설회사 오바야시 등과 함께 5G를 이용한 원격 조종과 고화질 영상 전송 등을 검증할 예정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격인 일본 총무성은 통신업체·정부연구소와 함께 5G 실증 시험을 시작하는 등 총력 지원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중국은 어느나라보다 5G 선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로벌 5G 표준화 기준을 정하는 3GPP(국제표준화단체)의 참석자 60%가 중국인일 정도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5G 망 구축에 총 85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3대 이통사도 최근 5G 구축에 205조원 투자계획을 내놨다. 이는 LTE 투자액보다 48% 늘어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일본이 5G에 투자하기로 한 52조원의 5배에 달한다.
일부 외신들은 이 같은 대규모 투자와 13억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기반으로 중국이 5G 시대를 지배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미국 경제 방송 CNBC는 "기술 개발을 이루겠다는 중국 정부의 정치적 야망과 화웨이, 차이나텔레콤 같은 현지 업체의 성장으로 5G 시대를 여는 원동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제프리 투자은행 역시 "2022년 중국 내 5G 이용자 수가 5억8830만명에 도달해 전체 휴대폰 이용자 수의 39.9%를 차지할 것"이라며 "중국 인터넷공룡인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가 앞장서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에 기반한 각종 혁신적 서비스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요 국가들이 5G 기술 선점에 목을 매는 이유는 엄청난 경제효과 때문이다. 퀄컴은 올 1월 보고서에서 5G가 미치는 경제효과로 2035년까지 글로벌 산업 생산량이 12조3000억달러를 넘어서고 2200만명의 고용창출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경제파급 효과에도 불구, 우리나라 5G 투자액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민관 공동으로 5년간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주파수 확보와 망 설비에 수조원의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부담에 국내 이통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올 3분기 실적을 발표할 때 "기지국 구축 규모에 따라 달라져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 일치했다. 통신비 인하 압박을 이유로 정부와 경쟁사의 눈치도 살피는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압력이 지속되고 있는 등 통신사업자들이 규제리스크에 노출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LTE 전국망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설비투자 규모는 축소된 상황이므로 5G 등 신규투자에 대비해 재무역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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