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청와대는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지난 16일 사퇴한 전병헌 전 정무수석비서관 후임 인선에 착수했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개혁입법, 개헌 등 각종 현안을 감안할 때 빠르면 이번 주 후임자 발표가 유력하다.
19일 여권에 따르면 청와대는 이번 주 중 인선을 시작해 최대한 빨리 후임자를 지명할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시기가 시기이고, 자리가 자리인만큼 정무수석 공백을 짧게 해야하지 않겠느냐”면서 “청와대 내부에서도 아픔을 정리해야하고, 동료 의식도 있으므로 이번 주말은 넘겨서 인선에 들어갈 것 같다”고 전했다.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청와대와 국회 사이에서 원활한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게 주요 임무다. 현재의 여소야대 정국을 감안하면 야권과의 대화도 이끌어 갈 수 있는 정치적 중량감과 뛰어난 정무 능력이 필요하다.
3선 국회의원으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정책위의장·최고위원을 역임하고, 문재인 대선캠프 전략본부장 등 요직을 거친 전 전 수석이 ‘오버스펙’이라는 일각의 평가에도 정부 초대 정무수석에 발탁된 이유기도 하다.
정치권에 따르면 전 전 수석의 후임으로 3선급 이상 전직 의원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우선 대선 당시 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총괄수석부본부장을 맡았던 강기정(3선) 전 의원과, 2015년 문 대통령이 당대표였을 때 사무총장으로 호흡을 맞추며 ‘문재인의 호위무사’로 불린 최재성(3선) 전 의원이 언급된다. 다만 강 전 의원은 내년 6·13 지방선거 광주광역시장, 최 전 의원은 경기도지사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영식(3선) 전 의원도 유력 후보로 언급된다. 당 최고위원을 역임한 오 전 의원은 운동권 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으로, 현재 청와대 주요 참모진들과 코드가 맞고 범야권 및 언론과의 관계도 무난한 인물이라는 평가다. 그 외에 유기홍(재선), 최규성·정장선(3선), 김성곤(4선) 전 의원도 거론된다.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내부승진 가능성도 있다. 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과 한병도 정무비서관이 그 후보로, 진 비서관은 19대, 한 비서관은 17대 의원 출신이다. 그렇지만 초선 출신인 두 비서관이 대야관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누가 후임으로 임명되든 가시밭길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청와대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터져 나올 야권의 반발을 누그러뜨려야 한다. 여기에 내년도 예산안·세법개정안 국회 심사와 각종 개혁법안 처리, 이진성 헌법재판소장과 신임 감사원장 국회 표결 등 야권의 협조가 절실한 다양한 문제에 마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한국e스포츠협회를 통해 롯데홈쇼핑으로부터 3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 등과 관련해 전병헌 전 수석을 20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여권 고위 인사가 비위 혐의로 검찰에 소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 전 수석은 그동안 혐의를 부인하면서도 “결과적으로 누를 끼치게 돼 너무나 참담한 심정”이라며 수석직에서 내려왔다.
롯데홈쇼핑에서 불법 후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지난 16일 오전 춘추관에서 사퇴의사를 밝히고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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