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병호 전 국정원장을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했다. 이 전 원장은 이날 오후 1시42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가 있었는지, 돈을 어디에 쓴다고 했는지, 두 번째 출석하는 심경이 어떤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아무런 대답 없이 조사실로 향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이날 이 전 원장을 상대로 국정원 자금 상납을 지시받은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후 1차례 기각됐던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이 전 원장은 지난 2015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근무하는 동안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 등 청와대 관계자에게 매달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와대가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경선 등과 관련한 다수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후 밀린 대금 5억원을 대신 수행업체에 현금으로 지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0일 이 전 원장을 불러 조사하고, 14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업무상횡령·국가정보원법 위반(정치관여금지)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7일 이 전 원장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피의자의 주거와 가족, 수사 진척 정도와 증거관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게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전 원장과 함께 청구된 남재준 전 원장과 이병기 전 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발부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3일 특정범죄가중법(뇌물수수·국고손실) 위반 혐의로 구속해 조사 중인 이·안 전 비서관을 이번주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또 이들과 같은 혐의를 받고 있는 조윤선·현기환 전 정무수석 등을 조사한 이후에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조사 방식과 시기를 검토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은 공무원이 나랏돈으로 뇌물을 제공했고, 대통령이 이를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것이 실체"라면서 "국가 안보를 위해서만 쓰여야 할 특수활동비가 최고위 공무원 쪽에서 사적인 용도로 사용돼 죄질이 중하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를 청와대에 상납한 의혹을 받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기각된 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재소환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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