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지훈 기자] 내부 경영진의 갈등으로 촉발된 'KB사태' 수습을 위해 '구원투수'로 나선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이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당분간 가시밭길을 걸을 전망이다.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 선임 및 노조 설문조사 개입 관련 경찰 수사, LIG손해보험과 현대증권 고가 인수 의혹 등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노조 추천 사외이사 선임은 20일 임시주주총회에서 불발됐다. 해당 안건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국민은행지부(이하 국민은행 노조)가 주주 제안으로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이날 주총은 해당 안건에 대한 표결을 앞두고 1시간가량 정회됐다. KB금융이 안건에 대해 사전 의결권 행사 내역을 발표하자 노조 측이 자체 수집한 주주 위임장을 제출, 재집계를 위해 정회를 요구했다.
KB금융이 밝힌 사전 의결권 행사 내역은 출석 주식 수 대비 찬성률이 17.61%였다. 재집계 이후 17.73%로 소폭 상승했으나 최종 부결됐다. 사외이사 선임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의결권 주식 수의 4분의 1 이상이 참석해 참석한 주주 중 절반 이상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이날 주총으로 노조의 경영 참여 논란은 일단락 됐으나 국민은행 노조가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노조 추천 사외이사 도입을 다시 추진한다는 입장이어서 노사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노동이사제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다 이날 주총에 앞서 KB금융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 KB금융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또 이날 주총에서는 대표이사의 이사회 내 위원회 참여를 막는 정관 변경안도 부결됐다.
이로써 노조 측이 제안한 안건이 모두 부결됐지만 사측의 노조 설문조사 개입 의혹 등으로 노사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 4일 KB금융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향후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노사문제는 부부관계와 비슷하다. 싸우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지만 같은 방향과 목적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의견을 수렴할 수 있을 것"이라며 "노조와 대화하고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LIG손해보험 및 현대증권 고가 인수 의혹도 윤 회장의 앞길을 막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KB금융의 LIG손해보험 및 현대증권 고가인수 의혹을 제기, 검찰에 윤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상태이며 검찰은 조사에 착수했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시장이 판단할 문제"라며 일축했다.
그는 "법 테두리 안에서 투자금액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라며 "현대증권 주주들이 주식교환 이후에도 만족해하고 있다. 가능하면 주주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LIG손해보험의 경우 본인이 KB금융에 와서 한 것은 교착상태였던 협상을 해결한 것"이라며 "이에 대해 금융당국에도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본사에서 개최된 임시주주총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문지훈 기자
문지훈 기자 jhm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