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이른바 '돈 봉투 만찬'을 주재해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조의연)는 8일 이 전 지검장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이 전 지검장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구형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지검장은 해당 만찬은 격려 목적의 공적인 모임이었고 격려금을 지급한 것은 법무부 예산에 맞게 집행한 것이라며 김영란법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맞서왔다.
재판부는 이날 "만찬의 성격과 경위, 만찬 시기와 장소, 만찬 비용 결제자금의 원천과 제공된 식사의 가액 수준 등에 비춰 보면, 피고인이 법무부 과장들에게 위로·격려 등의 목적으로 음식물을 제공한 것으로 인정된다"며 "법무부 과장들에게 제공한 각 95,000원 상당의 음식물은 청탁금지법 제8조 제3항 제1호의 예외사유에 해당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에게 각각 100만원을 지급한 것에 대해 "그 액수가 각 100만원을 초과하지 않아 청탁금지법 제22조 제1항 제3호에 따른 형사처벌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단지 수수 금지 금품의 금액이 100만원 이하일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한 같은 법 제23조 제5항 제3호의 해당 여부가 문제 될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 지검장은 선고 공판이 끝난 뒤 취재진에게 "추위에 고생이 많습니다. 법원의 판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감사합니다"고 소감을 밝혔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맡은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본부장이던 이 전 지검장은 지난 4월21일 서울 서초동의 한 복집요리집에서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검사들과 함께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법무부 검찰국 과장 2명과 저녁 식사를 했다. 이 자리에서 법무부 과장 2명에게 각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1인당 9만5000원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로 기소됐다. 검사로서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첫 사례였다. 법무부는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을 면직했고 두 사람은 행정법원에 면직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이영렬(가운데)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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