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시 KBS 보도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 무소속 이정현 의원을 19일 재판에 넘겼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는 이날 세월호 보도 개입과 관련한 방송법 위반 사건에 대해 검찰시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 의원을 불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고발된 길환영 KBS 전 사장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처분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4년 4월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해양경찰청 비판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의 말을 하는 등 보도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과 언론노조 KBS본부(KBS 새노조)는 지난해 5월 "길 전 사장은 취임 이후 KBS의 보도 편성에 개입했고, 이 전 수석은 사장 임명권자인 청와대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뉴스 편성에 개입했다"며 이 의원 등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세월호 뉴스 보도와 관련해 이 의원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해 적극적으로 해경 비판 보도를 중단하거나 보도 시기를 조절하게 하고, 내용 변경 또는 대체를 강력히 요구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홍보수석 업무 범위를 고려하더라도 단순한 항의나 의견 제시를 넘어 편성에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하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이어 "방송 개입에 대한 처벌이 이번이 처음으로 안다"며 "방송법 규정이 정권으로부터의 간섭 등을 막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고, 그 규정의 전형적인 사례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검찰은 길 전 사장에 대해서는 방송법 위반 규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 관계자는 "방송법 위반 규정을 검토한 결과 국가 권력으로부터 방송 자유와 독립을 수호하기 위한 목적이고, 방송사 내부 종사자 사이에서 편성 관련 규정은 없는 것으로 보여 무혐의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송과 관련된 내부자 사례는 아직 없지만, 신문사 발행인과 편집인 관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참고했다"며 "발행인과 편집인에 대해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는 과정이고, 법적 논의가 정리되지 않아 처벌 규정이 없다고 결정한 예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는 지난해 6월 이 의원과 김 전 국장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해 4월21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녹음된 내용을 보면 이 의원은 김 전 국장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그렇게 그 해경하고 정부를 두들겨 패야지 그게 맞습니까", "지금 해경이 잘못한 것처럼 그런 식으로 내고 있잖아요", "며칠 후에요, 그때 가서 아주 갈아 먹으십시오, 그냥. 지금은 조금 봐 주십시오",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 아이고 한 번만 도와주시오" 등으로 보도를 수정하거나 미루라는 취지로 요구했다.
10월19일 오전 충남 계룡시 계룡대에서 열린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