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려움을 느끼게 되면 본능적으로 긁게 된다. 벌레에 물렸다던가 하는 상황에서는 유해물질을 빨리 털어내는 유익한 행동이 된다. 하지만 이 당연한 행동이 아토피 피부염에서는 괴로움이 된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가려움이다. 그런데 이 때 긁게 되면 피부표면에 염증을 더욱 유발하고 유발된 염증이 다시 가려움을 만드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게 한다. 따라서 '염증-가려움-긁기-염증' 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가려움의 관리는 아토피 피부에서 필수적이다. 이런 가려움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피부 표면 온도를 낮추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체온을 높여 땀을 내는 것이다.
가려움은 피부에서 알레르기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히스타민을 비롯한 염증물질들이 분비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염증이 활성화되면서 체표의 혈류량이 증가하면서 붉어지고 열이 나면서 가려워 진다. 이 때 표면을 냉각시키면 체표의 혈류가 억제되면서 염증물질들의 작용도 감소하게 된다. 또한 냉감이라는 다른 감각으로 대체되면서 가려움을 느끼는 신경경로도 억제된다. 혈류감소와 신경억제라는 두 가지 경로로 가려움을 줄여주는 것이다.
체표면을 냉각시키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려움을 느끼는 부위가 좁다면 단순하게 해당 부위에 얼음찜질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급속히 냉각이 되면서 괴로움이 감소한다. 하지만 이 방법은 너무 차가운 온도를 이용하기 때문에 넓은 부위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럴 때는 얼음이 아니라 기화열을 이용하는 방법이 좋다. 거즈나 천, 티슈 등을 물에 적셔서 가려운 부위에 붙여두는 것이다. 그리고 선풍기를 사용하거나 부채질을 하면 수분이 증발하면서 피부표면이 시원해진다. 물이 다 증발되어 떨어지면 재차 적셔 붙여주기를 반복해주면 된다. 물이 증발되면서 피부내의 수분도 함께 손실될 수 있으므로 가려움이 진정되고 난 이후에는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땀을 내는 방법은 앞서 말한 방법과는 반대되는 방법이라서 얼핏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가려 울 때 활동을 해서 몸이 더워지면 가려움이 증가하는 것을 쉽게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운동이나 사우나 등으로 체온이 올라가기 시작하면 체표의 염증반응이 더욱 활성화되면서 가려움이 증가한다. 그런데 땀이 날랑 말랑 하는 때까지는 가려움이 증가하다가 땀이 충분히 날 정도가 되면 가려움이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피부표면의 순환이 충분히 일어나면서 국소 염증이 해소되고 염증물질들이 배출되어 진정되기 때문이다. 땀이 원활히 나게 되면 피부 조직 내의 순환과 재생이 원활해져서 근본적으로도 치료에 도움이 된다. 다만 증상이 격심한 급성기로 진물이 많이 나거나 홍반이 뚜렷하거나 가려움이 계속 심하게 지속되는 상태라면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것이 우선되므로 이 방법은 적절하지 않다.
두 가지 방법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사용돼야 하는데 아토피 피부염의 증상은 종잡을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다. 가려움을 완화시키는 것은 아토피 관리 중에 중요한 부분이기는 하나 근본적인 치료라고 할 수는 없다. 전문가의 진료와 체계적인 치료가 함께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 박정걸 아이토마토한의원 원장
- 경희대학교 한의대 졸업
- 경희새벽한의원 진료원장
- 서천군지소 진료한의사
- 하이닥건강의학기자
- 대한통증진단학회 정회원
- 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아동발달그린스판연구회 정회원
- 피부병자가치료연구회 정회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진규 온라인뉴스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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