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VIP 뜻이니 이미경 CJ 부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라는 지시를 전해 들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손 회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8일 열린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조원동이 VIP가 누구라고 구체적으로 지칭을 안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았느냐" 묻자 "네"라고 답했다.
손 회장은 조 전 수석에게 이유를 물었으나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 안 하고 이 부회장 퇴진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 전 수석으로부터 "VIP 뜻이니 거스르지 말고 잠깐 물러났다가 조용히 복귀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손 회장은 "무리한 요구에 내심 싫다고 하고 싶었지만, 대통령의 지위·권한 때문에 그런 말을 할 수 없었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대통령 뜻이라는 청와대 경제수석 요구이기 때문에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딱 잘라 즉석에서 거절할 수 없었다고 부연했다.
그는 검찰이 "이 부회장이 당장 사퇴할 수는 없고 상황을 지켜본다며 '명량', '인천상륙작전', '국제시장' 등 정부 성향에 맞는 영화 배급에 주력한다고 했나"란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 애국적인 영화를 많이 만들어 가려는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11월 28일 단독면담 당시 CJ그룹에서 하는 영화와 방송사업이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CJ에서 영화를 잘 만드는 소양도 있으니 방향을 바꿔 잘해 준다면 나라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도 했다.
한편 이날 오전 증인으로 나온 조 전 수석도 박 전 대통령에게 이 부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으면 좋겠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말을 들은 바로 다음 날인 2013년 7월 5일 손 회장을 만나 이 같은 말을 전했다고 했다.
손 회장이 조 전 수석과의 통화를 녹음한 내용에 따르면 조 전 수석은 "(이미경 부회장의 사퇴지시가)너무 늦으면 저희가 난리 난다, 지금도 늦었을지도 모른다"며 "그냥 쉬라는데 그 이상 뭐가 필요하나, 수사까지 안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후 조 전 수석은 통화 녹취록이 알려지자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조사를 받는다. 당시 환경식 대통령 민정수석은 "'대통령 뜻'을 팔았느냐"고 물었고 그는 "지시사항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대통령의 뜻이란 점을 언급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전화로 이 사실을 물어오자 "실수했으니 책임지고 사퇴하겠다"고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가만히 계세요"라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2013년 7월 조 전 수석과 공모해 손 회장에게 이 부회장 퇴진의 퇴진을 강요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뒤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을 출연한 CJ그룹의 손경식 회장이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관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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