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투명 경영 강화에 시동을 걸었다. 경영의 투명성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요소라는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새 정부의 기조와 그에 따른 규제 조치에 건설사들이 몸 사리기에 들어간 것 아니냔 시각이 지배적이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새해 건설사들이 투명경영의 기치를 내세우며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거래위원회 출범 이후 대형 건설사들도 적폐청산의 칼 끝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자 미리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대림산업은 올해부터 오너가의 지분이 있는 계열사와는 신규 거래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이와 함께 수의계약으로 진행하던 거래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변경해 중소기업의 참여를 확대키로 했다. 일감몰아주기를 해소하고 지배구조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투명경영, 윤리경영을 위한 그룹차원에서의 고강도 조치다.
건설사 수장들의 새해 신년사에서도 투명 경영이 거듭 강조됐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우리의 모든 경영 활동이 사회 안의 최소한의 약속인 법을 지키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부당한 시도에 대해서는 법 원칙에 따라 단호하게 거절하고, 불가피하면 우리가 조금의 희생을 치르면 되는 것이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정도 경영에도 더욱 힘써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동욱 신임 사장에게 바통을 넘겨준 정수현 전 현대건설 사장도 "철저한 안전의식과 투명한 윤리의식은 이제 기업의 지속성장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요소"라며 "기업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기여를 해야만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기류 변화가 투명 경영 현실화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건설업계에는 담합, 일감몰아주기, 불공정 계약 등이 해묵은 폐단으로 지목된다. 대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에서도 2016년도 기준 평가 대상인 20여곳의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은 등급인 최우수를 받은 기업은 SK건설 한 곳 뿐이다. 2016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은 GS건설의 경우 연이은 하도급법 위반으로 '양호'에 이어 지난해 말 '보통'으로 강등되기도 했다. 매년 동반성장 활동을 이어오고 위원회를 구성해 상생노력을 해왔음에도 결과적으로 한계를 보인 셈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투명 경영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해왔지만 새정부 들어 한층 더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라며 "공정위 역시 하도급 거래 대책 등을 발표하며 고삐를 죄고 있어 업계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보임금 근절, 외국인력 불법고용 건설사 처벌 등을 촉구하는 건설 노동자들의 집회 모습.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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