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한진 기자] 중견건설사 호반건설이
대우건설(047040)을 인수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업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호반건설이 건설업계 ‘빅3’인 대우건설의 새 주인이 될 경우 종합건설사로의 퀀텀 점프가 예상된다. 최종인수까지는 걸림돌이 남아 있다는 신중론이 우세하지만 업계는 호반건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1일 건설·금융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지난 19일 산업은행이 진행한 대우건설 지분(50.75%)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유일하게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최종 인수하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우선 시공능력평가 순위에서 단숨에 ‘톱3’로 뛰어 오를 전망이다. 2017년 시공능력순위를 살펴보면 호반건설은 토건시평액 2조4521억원으로 12위다. 3위 대우건설의 토건시평액은 8조3012억원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과 합쳐질 경우 삼성물산(16조5885억원), 현대건설(13조7106억원)과 함께 토건시평액 ‘10조 클럽’을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호반건설의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호반건설은 ‘호반베르디움’ 브랜드를 보유한 아파트 전문 건설사다. 토목사업, 임대사업 등도 꾸리고 있지만 주택사업 매출 비중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건설은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인정받는 국내 굴지의 종합건설사다. 주택사업은 물론, 플랜트와 토목, 원자력발전소 시공 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국내 대형건설사 중 원전 시공기술을 보유한 업체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정도다.
특히 호반건설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주택 시장에서 대우건설의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강남권과 서울의 정비사업은 중견건설사들의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재건축 조합과 수요자들 사이에서 대형건설사 브랜드 아파트 선호도가 높아 중견건설사들이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푸르지오’ 브랜드를 활용할 경우 호반건설의 정비사업 경쟁력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호반건설의 경영과 자금능력에 물음표를 달고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 인수가격은 12년 전 6조6000억원(지분 72.1%)에서 현재 1조6000억원대로 낮아졌다.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이 매각하기로 한 지분 50% 가운데 40%를 우선 인수하고 나머지 10.75%는 3년 뒤 인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호반건설은 최근 주택경기 호조와 수익성 높은 아파트 사업을 진행하면서 현금 동원능력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총액이 7조원을 넘기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도 포함됐다. 2016년 말 기준 호반건설의 유동자산은 1조1316억원이다.
건설업계는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정상적으로 매각 과정이 진행되면 오는 4월 쯤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현재 대우건설 노조 측의 반발이 심하고, 법적 분쟁의 여지도 있는 만큼 변수가 적지 않다”며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 성공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본사 사진/뉴시스
조한진 기자 hj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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