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누군가가 연 입술이 다른 이의 행동 변화로 이어질 때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종종 새로운 미래를 열어주기도 한다. 최근 문단 내 성폭력을 고발로 주목 받는 김현 시인의 시 53편은 그렇게 ‘입술을 여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 입술에는 ‘지금 이곳’을 살아내고 있는 다양한 이들의 삶의 흔적이 담겼다. 국정농단을 통과해 온 시민들과 계속해서 지워지는 성소수자들과 페미니스트들, 혹은 꿈을 꾸는 예술가들. 시인은 그들의 ‘살아있음’을 느끼며 시집이 한 명의 사람으로 읽히기를 소망한다.
입술을 열면
김현 지음|창비 펴냄
집안 서열 1위인 아기를 돌보고, 백수 개 형님에게 시달린다. 함께 사는 인간들은 자신의 고충도 모르고 기사 마감을 맡긴다. 육아와 글쓰기의 파묻힘 속에서 살아가는 고양이 ‘만세’의 이야기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만세는 복잡다단한 생활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찾아 나선다. 바닥에 배를 깔고 ‘멍 때리기’를 시전하기도 하고, 자신의 분신 ‘털’을 반려인의 옷에 묻혀 세상 구경도 한다. 실제 고양이를 키우고 기사를 쓰는 신소윤 한겨레 기자가 ‘냥이의 시선’에서 흥미롭게 사유하고 상상했다.
나는 냥이로소이다
고양이 만세 지음|신소윤 옮김|21세기 북스 펴냄
‘80일간의 세계 일주‘와 ‘위대한 마법사 오즈’, ‘걸리버 여행기’. 이름만 대도 알법한 어린 시절 만화 속엔 그 당시의 경제 흐름이 투영돼 있다. 경제부 기자로 일한 저자는 15편의 동화를 통해 당대 사회 현실을 뜯어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경제의 흐름을 좇는다. 특히 돈과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의 모습이 어떻게 풍자됐는지 가감없이 드러난다. ‘위대한 마법사 오즈’에 등장하는 노란 벽돌이 ‘금본위제’의 상징이었음을, ‘피노키오’의 제페토가 산업화로 쇠락한 수공업의 표상임을 알게 되는 면면들이 흥미롭다.
동화경제사
최우성 지음|인물과사상사 펴냄
너무 먼 거리는 '외로움'을, 너무 가까운 거리는 '상처'를 남긴다. 적당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거리’는 몇 센치 정도 일까. 저자 김혜남 정신분석 전문의는 가족, 연인과 나 사이는 20센치, 친구와 나는 46센치, 회사 사람과 나는 1.2미터로 규정한다. 각각의 거리들은 사이 간에 일어나는 사회적 활동에 근거해 저자가 구체적으로 정한 수치다. 관계별 ‘적절한 거리’의 정도를 심리적인 문제 탐색으로 함께 고민하며 구체적인 해법들을 찾아주고 있다.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지음|메이븐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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