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서울시 계약심사과가 토목 등 각종 공사 계약을 심사할 때 실수를 저질러 억대의 예산 낭비를 초래한 사실이 감사결과 적발됐다.
13일 서울시 감사위원회의 ‘계약심사제도 운영실태감사 결과’에 따르면, 계약심사과가 2015년 1월부터 2017년 8월까지 심사한 계약 건수는 총 9793건으로, 이 중 계산상 착오 등에 의해 예산낭비를 초래한 건수는 32건, 낭비 예산액은 약 1억 3000만원인 것으로 파악됐다.
가장 큰 금액 손실은 일반관리비 항목으로 5989만원이다. 일반관리비는 공사 원가에 일정 비율을 곱해 산정하는데, 원가가 5억~30억원 미만이고 종합공사인 경우 5.5%를 곱하고 전문공사는 6%를 곱한다. 계약심사과는 15건의 리모델링, 보수 공사 등을 종합공사가 아닌 전문공사로 잘못 판단해 1건당 0.5% 포인트씩의 금액을 과다 계상해버렸다.
각종 경비 분류에도 착오가 생겼다. 토목 등 공사장들의 품질관리비·환경보전비·가설비를 경비가 아닌 직접노무비로 분류하는 바람에 4대 보험료 등 부대비용을 과다 책정하게 됐다. 품질관리비 오류 5건으로 2640만원, 환경보전비 오류 4건으로 1189만원, 가설비 심사 오류 4건으로 2596만원의 예산을 사업부서에서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감사위는 낭비 액수가 비교적 컸던 담당자 1명에게 주의 조치를 내렸다.
이외에도 소규모 건설 공사라 퇴직공제부금비를 원가에 포함할 필요가 없는데도 포함시킨 사례가 3건이였으며, 산업안전보건관리비를 과다 계상한 사례가 1건 있었다.
낭비된 금액은 환수 등의 조치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퇴직공제부금비·산업안전보건관리비의 경우 이미 준공된 상태에서 오류가 발견됐다. 일반관리비·경비는 설계 변경 절차를 거칠 수 있지만, 환수 규정이 마땅히 없어 사업체를 설득하지 못하면 돌려받기 힘들다.
계약심사과는 내부 직원에게 심사 교육시키고 사업부서에게는 종합공사·전문공사 여부를 제출하게 하는 등 사후 조치를 취하고 있다. 계약심사과 관계자는 “한 사람당 1년에 심사 수백건을 맡아 생긴 착오”라며 “앞으로 더 철저히 들여다보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감사위는 서울 용산구의 최근 5년 동안의 지방세 부과·징수 실태도 조사해 담당자 1명에게 주의를 줬다. 용산구는 16건의 부과·징수 오류를 저질러 세금 22억8695만원을 덜 거뒀다. 10년 전에도 비슷한 지적을 받았지만 담당 인원 부족으로 다시 누수가 생겼다.
용산구 관계자는 “누수 세금 전액을 다시 추징했다”며 “추징 대상 중 다수가 법인이므로, 대부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12월 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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