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지난달 8일 이후 잠잠하던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최근 잇따라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겨울 철새의 북상과 가축 분뇨 이동으로 AI가 뒤늦게 기승을 부릴 수 있어 우려가 큰 상황이다.
1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작년 11월 전북 고창 육용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처음 발생한 이후 18일까지 14곳의 오리농장과 8곳의 닭농장 등 총 22곳의 가금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살처분된 가금류는 총 580만4000마리에 달한다.
AI는 지난달 8일 충남 천안을 마지막으로 발생하지 않았지만 이달 12일 충북 음성을 시작으로 16일 경기 평택과 양주, 17일 아산 등에서 잇따라 발생했다. 평택 농장에서 같은 날 산란계를 분양받은 경기 여주 농장의 경우 아직 확진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고병원성으로 확진될 경우 AI발생건수는 23곳으로 늘어나게 된다.
앞서 방역당국은 고병원성으로 확진되기 전 선제적으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을 대상으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을 발령한 바 있다. 일시 이동중지는 이날 오후 7시까지 진행되며 상황의 심각성을 감안해 전국 일시 이동중지 명령 이행실태 점검을 대폭 강화한다.
방역당국은 이번 AI가 겨울 철새 북상 시기와 겹쳐 가축 분뇨 이동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AI가 감염된 겨울 철새가 이달 중순부터 4월 초까지 본격적으로 북상하면서 각 축사에 분변을 배설해 AI를 옮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8일 이후 한 달 넘게 AI가 발생하지 않자 AI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설정됐던 방역대가 해제돼 이달 초부터 농가에서 외부로의 분뇨 배출이 활발해져 분뇨에 남아 있던 AI 바이러스가 이동하면서 확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또 본격적인 영농철이 다가오면서 닭 분뇨가 거름으로 많이 사용돼 닭 분뇨 처리업자가 전국 각지에 닭 분뇨를 유통하는 과정에서 AI가 확산됐을 가능성도 주요 원인으로 추정된다.
농식품부는 AI 확산 방지를 위해 대대적인 방역 조치에 나서고 있다. 이날 이재욱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지난 17일 발생한 아산시와 인접지역인 천안시 거점소독시설, 철새도래지(삽교호)를 점검했다. 특히 산란계 밀집지역 방역실태(이동통제초소 운영, 농가방역 조치 이행여부 등)와 철새도래지 소독 등 차단방역 이행여부, 지자체 거점소독시설 운영실태 등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농협도 추가 인력 투입으로 방역·소독, 초소근무, 예찰 및 방역상황 관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농협은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일상소독 대상 4만5478개 농가에 대해 방역장비 540대로 소독을 추진하고, 추가 확산여부에 따라 충남과 충북에 광역 살포기를 추가하는 등 가용한 방역 장비를 총동원하기로 했다.
충남에 이어 경기 평택과 여주, 양주 산란계에서도 조류인플루엔자(AI) H5형 항원이 추가 검출되며 'AI특별경계령'이 내려진 가운데 19일 오전 경기 평택 오성면 양교리의 한 산란계농가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이 살처분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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