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독일 한 유명작가의 고백이 술에 관한 진지한 성찰을 빚어낸다. 매번 금주를 실천하다 실패한 그는 술 없는 인생은 상상해본 적 없던 애주가였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다 술이 개인의 본질을 훼손시킨 ‘악’임을 깨닫는다. 잔고가 떨어지고, 질병이 생성됐으며, 신경질과 허풍이 늘었다. 삶의 악순환은 술 안에서 계속됐다. 저자는 자책과 연민에 빠져 있던 삶의 순간에 늘 술이 있었다고 회고한다. 술 대신 문제의 근원을 바로 봤어야 했다는 충고가 삶을 돌아보게 한다.
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이덕임 옮김|스노우폭스북스 펴냄
가끔 손가락을 접어가며 숫자를 헤아린다. 구글 맵으로 길을 찾을 때 방향이 헷갈리면 몸을 이쪽저쪽 틀어보기도 한다. 인지과학자인 저자들은 이 같은 행동들을 인간의 뇌와 몸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이라 주장한다. 흔히 독립적인 작용으로 간주돼 왔던 뇌의 지적 활동을 인지 체계의 범주에 포함시킨 색다른 통찰이다. 책은 이 외에도 인류가 알아왔다고 믿어온 것들을 뜯어 자세히 고찰한다. 이해의 착각에 빠진 개인들을 구원할 때 저자들은 지식 공동체가 이뤄진다고 말한다.
지식의 착각
스티븐 슬로먼·필립 페른백 지음|문희경 옮김|세종서적 펴냄
김별아 작가가 서울의 과거와 오늘을 비교하며 다채로운 이야기를 풀어낸다. 사대문 안팎에 놓인 조선시대 주요 국가기관, 충무공 이순신과 추사 김정희 등 역사적 인물의 표석 등 32곳을 직접 찾고 문장에 담았다. 전경 사진, 장소 위치 등도 함께 수록돼 있다. 작가는 역사를 ‘그저 과거가 아니라 오늘과 내일이 만나는 모든 순간’이라고 정의한다. 수천, 수백년 전의 사람들의 모습이 결국 우리의 삶과 연결돼 있다는 의미다. 옆구리에 끼고 서울 산책을 돌아보면 좋을 책이다.
도시를 걷는 시간
김별아 지음|해냄 펴냄
하루키가 존경하고 박찬욱이 사랑한 미국 풍자가이자 소설가 커트 보니것의 미발표 초기 단편 소설집. 보니것이 드레스덴 대량 살상을 목격하고 독일 포로수용소에 갇혔다 풀려난 뒤에 쓰여진 16편의 단편을 묶었다. 소설 속에는 당시 흔치 않은 경험으로 세상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한 젊은 시절의 보니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돈과 명예, 기술보다 결국 그 뒤에 있는 사람을 봐야한다는 깨달음이 장면, 장면 서려 있다. 휴머니즘에 대한 통찰이 그 만의 블랙유머로 그려져 있다.
세상이 잠든 동안
커트 보니것 지음|이원열 옮김|문학동네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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