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금호타이어 비협약채권단, 타이어뱅크 인수 못 기다려 줄 것"
채권 규모 6000만원 이상, 당장 4월 만기 도래
2018-03-27 16:17:20 2018-03-27 16:17:20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타이어뱅크가 금호타이어 인수를 밝혔지만 채권 만기라는 시간적 제한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은행은 채권단이 이같은 제안에 협약시간을 연장해준다고 하더라도 비협약채권단이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부정적인 입장을 강조했다. 
 
KDB산업은행 관계자는 27일 "30일이 지나면 비협약채권의 만기가 돌아오게 되는데 해외채무자들이 포함돼 있다"라며 "자율협약에 따라 만기를 연장해 준 국내 채권단과 달리 만기 연장이 절대 불가능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오는 30일까지 타이어뱅크가 채권단도 만나고 노조도 만나야 하는데, 채권단이 검토할 시간만 해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단이 제시한 데드라인을 연장한다고 해도 타이어뱅크의 금호타이어 인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금호타이어의 비협약 채권의 규모는 6000억원이 넘으며 당장 4월부터 최초 만기가 도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대현 산은 수석부행장 또한 "자율협약 통해 30일까지 연기해 놓은 건 국내 협약 채권 뿐"이라며 "비협약 채권은 연기 약속이 안 돼 만기가 돌아오면 다 갚아야 하는데 갚을 돈이 없다"고 밝힌바 있다.
 
이러한 우려에도 이날 오전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은 대전 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금호타이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이를 바라보는 산은의 시선은 냉정하다.
 
산은과 아무런 접촉도 없다가 자율협약 종료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 나선 저의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기자회견까지 진행한 타이어뱅크가 정작 산은에는 어떠한 의향도 전달하지 않고 있는 점 또한 산은이 의아해 하는 부분이다.
 
산은 관계자는 "기자회견과 별개로 우리가 정식으로 인수의사를 전달 받아야 하고, 타이어뱅크가 인수 금액을 갖고 있는지도 봐야하는데, 언제 우리와 만나고 노조와 만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시기적으로도 그렇고 타이어뱅크의 기업규모를 생각해보면 진심인지부터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남은 시간 동안 타이어뱅크가 채권단과 노조를 만족시키고, 기적적으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한다고 해도 보아뱀 전략으로 인한 승자의 저주를 겪게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금호타이어의 2016년 매출은 2조9472억원으로 당기순손실은 378억9500만원이었다. 반면 타이어뱅크의 같은 해 매출액은 3729억2781만원이었으며 당기순이익 또한 272억5617만원이었다. 200~300억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있는 타이어뱅크 입장에서 산술적으로 따지면 금호타이어의 당기순손실을 메우기 부족한 것이다.
 
또한 약 6000억원의 자금이 들어가는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면 당장 지난해 매출의 2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타이어뱅크 입장에서 이번 인수가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때문에 지난 2011년 하이닉스 반도체 인수경쟁에 뛰어들었다가 자금 부담으로 입찰을 포기했던 STX그룹처럼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작은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했을 때 기업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부족해 성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며 "작은 기업이 큰 기업을 인수하는데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며 기업이 커져서 생기는 이득만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타이어뱅크의 행보가 홍보효과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에 타이어뱅크가 갑자기 구원투수를 자처하면서 그룹 이름을 알리는데 큰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라며 "만약 인수하려는 의지만 있었다면 금호타이어의 법정관리 후 기업회생 과정에서 인수 업체로 나서는 방법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타이어뱅크 김정규 회장이 27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동 상공회의소 회의실에서 금호타이어 인수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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