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핵심 쟁점에 대한 의견차만 확인하면서 교섭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게다가 노조는 산업은행이 사측을 배후조종 하고 있다면서 이동걸 산은 회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29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산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엠 자본은 적자경영의 책임을 오로지 노동자들에게 전가해 군산공장 폐쇄와 수천명의 노동자를 공장 밖으로 내쫓았다”면서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못한 채 지엠에 끌려다니는 정부에 실망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조는 산은에 대해서도 한국지엠의 2대 주주이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지엠을 배후조종 하면서 교섭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지난 21일 6차 교섭에서 사측이 전달한 말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산은은 사측에 '직원들의 희망퇴직이나 임금 및 일시금을 동결하겠다는 상황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추가적인 인건비 절감이 필수적'이라고 발언했다.
노조는 “실사는 뒷전이고 교섭에 개입을 서슴지 않는 산은은 사과해야 하며, 이 회장은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각본에 짜여진 듯한 실사는 즉각 중단하고 노조를 포함한 제대로 된 실사단을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기자회견 후 이 회장과의 면담을 요구했지만 산은 측이 거절하자 산은 건물 내로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들과 경찰 간 몸싸움이 벌어졌으며, 일부 노조원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한국지엠 노조가 강경한 태도로 변화한 이유로는 베리 앵글 지엠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26일 노조와의 면담에서 “다음달 20일까지 노사가 자구계획안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부도신청을 하겠다”고 발언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 측은 "앵글 사장은 노조의 요구에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으면서 오히려 노조의 양보만을 주장했다”면서 “군산공장에 남겨진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회사가 정리해고 권한이 있다는 발언까지 했다”고 말했다.
게다가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이 전날 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만약 이달말까지 노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다음달초 도래하는 각종 비용지급을 위한 추가자금 확보가 불가능하다”면서 “노사 간 합의 지연은 산은의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본사와 산은은 경영 정상화 계획에 대한 모든 당사자들의 분명하고 적극적인 참여 없이는 자금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밝혔다. 이에 노조가 반발하면서 이날 예정됐던 노사 교섭은 취소됐다.
사측은 노사가 빠른 시일내에 조건부 잠정합의안을 마련해 지엠 본사의 신차 배정은 물론 본사와 산은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자는 입장이다. 반면에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철회 및 장기발전 전망 제시를 전제로 올해 임금인상 및 작년 성과급 지급 요구를 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에 더 이상 추가적인 양보는 할 수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앵글 사장이 당시 교섭에서 ‘부도’라는 언급을 했지만 회사 경영상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사용했으며, 노조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면서 “시한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조만간 노조와 대화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가 29일 산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동걸 산은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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