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재활용 폐기물 대란과 관련해 “국민들께 불편을 끼쳐드려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폐기물의 수거는 지방자치단체가 관장하는 업무”라면서도 “이번의 혼란이 발생하기에 이르기까지 중앙정부의 대응에 대해서는 부족했다고 여겨지는 점이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중국의 폐기물 수입중단 ▲정부 규제강화로 인한 재활용 폐비닐 수요 감소 ▲국내 폐기물 가격 하락 등을 언급하고 “관계 부처들이 미리 대처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이런 점들을 성찰하면서 재활용 폐기물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은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하고 있다”며 “반면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 세계 1위라는 우리나라는 최근 수년간 1회용품 사용 규제 완화 등으로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이 낮고 대책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사건을 생활폐기물 관련 정책을 종합적으로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며 “단지 수거 처리뿐만 아니라 생산, 소비, 배출, 수거, 선별, 재활용 등 순환 사이클 단계별로 개선 대책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또 “나아가서 생활폐기물과 관련한 생활 문화와 생태계를 재정립하기 위한 근본적인 중장기 종합계획을 범부처적으로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중국이 지난 1월부터 폐플라스틱 등 고체 폐기물 24종의 수입을 중단하면서 판로가 막힌 국내 재활용업계가 이달 초 폐비닐 등의 수거를 거부해왔다. 이 때문에 분리수거에 큰 혼란이 생겼고, 환경부는 폐비닐 수거를 거부한 수도권 3개 시·도의 48개 재활용 쓰레기 수거 업체를 설득해 폐비닐 등을 정상 수거토록 조치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으로 인한 공직사회의 동요를 의식한 듯 “적폐청산의 목적은 공정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정책과 제도와 관행을 바로잡는 데 있는 것이지, 공직자 개개인을 처벌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고 다독였다. 문 대통령은 “명백한 위법 행위는 사법 처리가 불가피하겠지만, 단지 정책상의 오류만으로는 사법 처리의 대상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 달 28일 직권남용·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있는 청와대·교육부의 전·현직 고위공무원 25명을 수사의뢰할 것을 교육부에 요청했다. 또 교육부의 실무집행자 10여명에 대해서도 사실상 징계를 의미하는 ‘신분 상 조치’를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정부의 방침을 따랐을 뿐인 중하위직 공직자들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될 것”이라며 “각 부처는 그런 방침을 분명히 밝혀서 공직사회가 과도하게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유의하기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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