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도식에 불참했다. 27일로 예정된 남북 정상회담 준비에 매진하기 위해서다.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남은 기간 동안 외부 일정을 줄이고, 회담 준비 상황을 직접 챙길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날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와 약 열흘 앞으로 다가온 남북 정상회담 일정 등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세월호 추도식에는 정부 대표로 이낙연 국무총리가, 청와대에선 하승청 사회혁신수석이 참석했다.
올해는 문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세월호 추모식을 여는 해였다. 올해를 끝으로 정부 합동분향소는 철거되기 때문에 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자리에 이 총리가 대신 참석하기로 한 것은 결국 얼마남지 않은 남북 정상회담 일정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총리실 관계자도 “청와대에서 먼저 이 총리의 참석을 부탁했다”며 “(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관련 준비도 해야 되고 이리저리 바빠서 이 총리가 가는 게 좋겠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작년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청와대로 초청하고, 만찬도 하셨으니 이번에는 이 총리에게 참석을 부탁한 것 같다”고도 했다.
최근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분수령이 될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국민적 공감과 지지를 당부해 왔다. 특히 오는 18일에는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어 의전·경호 등 주요 내용에 대해 합의할 예정이다.
청와대는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을 위해 국내 정치적으로 예민한 행사의 참석을 자제해 국론 분열을 예방하는 데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고, 19일에 열리는 4·19 혁명 기념식에도 참석하지 않고 이 총리만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임시정부수립일과 4·19 혁명은 진보와 보수 양 진영 간 이견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문 대통령이 지난 13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단독 영수회담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초당적 협력을 당부한 것 역시 야당과의 불필요한 논쟁을 줄여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총리실 관계자는 최근 문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가 야당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중 아니냐는 질문에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지만,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진실 규명 의지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합동영결식에서 다시 한 번 깊은 슬픔에 빠질 유가족들과 국민들 앞에서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 규명을 다짐한다”며 “선체조사위와 세월호 특조위를 통해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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