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 기자]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를 표방한 헬스앤뷰티(H&B)숍이 내년이면 국내 진출 20돌을 맞는다. CJ올리브영이 1999년 신사점 오픈으로 첫선을 보인 후 시장은 지난해 1조7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성장 정체를 겪으며 국내 유통업이 전문점 위주로 커가는 사이 H&B는 2000년대 초반 화장품 채널로 급성장했던 원브랜드숍을 대체하는 흐름이다.
해외 드러그스토어가 의약품 중심으로 발전한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국내는 약사법 등 규제로 인해 드러그스토어가 발달된 미국, 영국, 유럽, 일본, 홍콩 등에 비해 약보다는 화장품, 미용용품, 건강식품을 중심으로 변형돼 발전했다. 이 때문에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라는 타이틀조차 어울리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드러그스토어는 백화점, 대형마트, 인터넷 쇼핑 등 선진국 유통 채널 중 국내에서 발달이 안된 대표적 사례"라며 "약사와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한국형 드러그스토어는 비정상적으로 발달해 오늘날 올리브영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뷰티앤헬스 전문점으로 성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1조 시장 진입 3년째…성장 가속도 붙는다
H&B 시장 규모는 2009년 1500억원에서 2012년 3000억원, 2013년 6320억원까지 커지다가 2016년에는 1조원을 넘기며 1조3000억원 시장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지난해 1조7000억원까지 급성장한 H&B 시장 규모는 오는 2020년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고객은 2030 여성이지만 남성과 중년층 이용도 늘어나는 추세다.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1~8월) H&B 남성 이용회원 비율이 25%로 2012년 20%에서 5%포인트 늘었고 같은 기간 중년층도 16%에서 23%로 7%포인트 올랐다.
이는 제품 구성을 다양화해서 원스톱 쇼핑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는 업체들의 전략 성과다. 국내 H&B스토어는 헬스&뷰티 제품 외에도 가정 간편식, 스낵 등 식품군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화장품 원브랜드숍은 물론 편의점 업계에도 잠재적인 위협 채널로 부상 중이다.
서용구 교수는 "20년 사이 국내 화장품 산업이 급격히 커졌다. 한국형 드러그스토어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화장품전문점의 수요에 맞춰 성장해왔고 식품과 잡화 등 상품군을 확대하면서 토탈 뷰티스토어로 거듭난 것"이라며 "대형 유통망을 활용해 약국 숍인숍 운영에 도전하는 이마트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국내 드러스토어의 강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B는 된다"…대기업 진출 잇달아
현재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CJ올리브영, GS리테일의 랄라블라, 롯데쇼핑의 롭스, 이마트의 부츠가 업종 대표다. 지난해 말 기준 점포수는 올리브영이 1081개로 가장 많다. 이어 랄라블라(188개), 롭스(96새), 부츠(10개) 순으로 4개사 합산 최근 3년 사이 824개나 늘어났다.
CJ그룹은 1990년대 말 해외에서 부츠, 마츠모토 키요시 등 드러그스토어가 흥행하는 것을 보고 올리브영을 도입했다. 2008년 57개이던 매장이 2017년 1081개까지 늘었지만 출혈 경쟁에 영업이익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었고 2013년에는 31억원의 적자를 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가성비' 트렌드에 맞춰 여러 제품을 갖춘 H&B숍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 영업이익은 2014년 흑자전환한 이후 2016년 507억원, 2017년 840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도 증가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랄라블라는 지난달까지 '왓슨스'에서 '랄라블라'로 간판을 바꿔달고, 차별화에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H&B 중에서는 최초로 택배서비스를 시작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즉시 환급 서비스도 도입했다. 김현수 랄라블라 마케팅 팀장은 "신나는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3차까지 이어지는 이벤트 이후에도 추가 이벤트가 기획되어 있어 4월 H&B 업계에서 랄라블라가 큰 관심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롭스는 롯데그룹의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인 선우영 대표가 이끌고 있다. 선 대표는 1020 고객이 늘어나는데 착안해 지난달 이태원에 가장 규모가 큰 100호점 매장을 열었다. 그는 고객과 뷰티 관련 소통을 진행할 '뷰티랩'을 도입,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한 신개념 매장을 선보였다. 크리니크, 스틸라 등 백화점 브랜드나 일본 세잔느 등 해외직구 브랜드 소싱을 강화한 것도 롭스의 강점이다.
신세계는 자체 H&B인 '분스'에 대한 실패 경험이 있다. 부츠는 영국계 H&B인 월그린 부츠 얼라이언스(WBA)와 손잡은 이마트의 새로운 도전이다. 외국 드러그스토어처럼 약국 코너를 마련, 임대약국 형태로 운영하며 드러그스토어로 한발 나아갔다. 여기에 넘버세븐, 솝앤글로리, 보타닉스 등 PB브랜드도 부츠를 통해 키운다는 전략이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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