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그스토어 전성시대)약 없이도 탄탄대로…카테고리킬러 눈총은 부담
고령화사회 '약국' 대체 가능성…골목상권이슈는 넘어야 할 '산'
2018-04-18 06:00:00 2018-04-18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날개 단 듯 성장하는 '한국형 드러그스토어' 헬스앤뷰티숍(H&B)이 제2의 성장을 위한 변곡점에 서 있다. CJ, GS, 롯데 등 대기업들이 일제히 H&B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정부의 규제움직임과 시장 포화 등 새로운 변수들이 기다리고 있다.
 
저성장에 접어든 국내 유통시장은 바야흐로 '전문점 전성시대'다. 편의점은 구멍가게와 담배가게를, 하이마트는 가전대리점을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H&B는 화장품 원브랜드 숍을 완벽히 대체하며 고속성장 중이다.
 
일각에선 '뷰티' 카테고리가 H&B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온라인 채널의 공세는 극복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결국 향후 제2 성장기를 위해선 또 다른 카테고리 확보가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 중 하나가 시장초기 무산됐던 '약국'의 기능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법규제가 완화될 경우 언젠가는 국내 H&B가 약국을 대체해 본연의 '드러그스토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영국의 부츠와 홍콩의 왓슨스 등 해외 시장초기 드러그스토어들은 약국을 대체하는 역할이 핵심 카테고리다. 그러나 국내에선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해 적용되지 않고 있다.
 
1999년 CJ올리브영이 1호점을 오픈할 당시에도 의약품과 생필품을 함께 파는 전문점을 표방했다. 곧바로 약사들의 반발에 부딪혔고 오픈 한달여 만에 올리브영 내 약국은 문을 닫았다. 현재까지도 H&B숍들은 약사법에 의해 소비자가 의사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부 일반의약품만 판매 중이다.
 
권아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드러그스토어가 약국을 대체한다는 표현은 약사들의 힘이 줄어든다는 것보다 지역의 의료 거점과 사회적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고령화와 저성장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되고, 노령자에 대한 지역 단위 의료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드러그스토어 산업은 기업의 이익과 사회전체의 공익 증가라는 두가지 명분에 따라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노령화와 저성장, 건보재정 악화는 향후 지역 의료서비스의 분산을 필요로 할 것이며 드러그스토어 시장에도 성장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은 넘어야 할 산이다. 이미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은 골목상권에 대기업 계열 H&B가 진출하는 것과 규제의 사각지대라는 점을 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최근엔 중소기업벤처부가 H&B에 대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규제 가능성을 직접 언급해 업계를 긴장시켰다.
 
그동안 올리브영 등 국내 H&B숍은 매장 면적이 대부분 3000㎡ 이하로, 현행 유통법상 대규모 점포들이 적용받는 의무휴업, 영업시간 제한, 출점 제한 등 규제에서 벗어났었다. 그러나 이들 업종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 사례가 늘면서 최근 중기부는 H&B사업자들에게 총 8건의 사업 조정을 진행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향후에도 H&B매장들이 새로 오픈하는 경우 사업조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골목상권을 보호할 예정"이라며 "이들 업체의 영업에 대해 업종 전반의 보호요청이 있을 경우 생계형 적합업종 법제화 후 영세성 등을 심의해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보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부터 카테고리 킬러(전문 유통소매점)를 정조준하며 올리브영과 왓슨스  등 1, 2위 H&B를 대상으로 현장조사를 실시하는 등 압박에 나선 바 있다.
 
이에 H&B업계 내부에선 볼멘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골목상권과 맞물려 상생을 외면하는 이미지만 부각되지만 H&B숍들은 중소기업 제품이 70%에 달한다"며 "영세 중간상인을 살리려고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을 때린다는 비판도 외면해선 안되고 무엇보다 소비자 편의 측면에서도 지금보다 더 육성해야 할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H&B 업계 1위 CJ올리브영 매장 내부 전경. 사진/CJ올리브네트웍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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