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휘 정치부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인 2018 남북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전 세계의 시선이 판문점에 모이고 있다. 축구장 1개 크기 면적의 일산 킨텍스 현장 프레스룸도 국내외 약 3000여명의 언론인들로 빼곡히 들어차면서 취재 열기가 뜨겁다.
말 그대로 상전벽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미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한반도 인근 배치설로 ‘4월 위기설’ 등 흉흉한 소문이 나돌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에 군사적 조치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연일 말폭탄을 날렸다. 외신 종군기자들이 곧 터질 제2차 한국전쟁을 취재하러 한국에 속속히 들어오고 있다는 이야기마저 나왔다. 그러나 이제 내외신 기자들의 관심은 27일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과연 어떤 성과물을 도출하고, 그 성과물이 5월말·6월초 북미 정상회담으로 어떻게 이어질 지로 쏠리고 있다.
두 정상이 우리에게 어떤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을까. 마음 같아서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모든 이의 상상력을 초월하는 커다란 선물을 내놨으면 좋겠다. 두 정상이 손을 잡고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약속하고, 한반도 공동번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선언했으면 좋겠다. 이는 남과 북, 진보와 보수를 떠난 모든 이들의 소망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냉정히 생각하면 기대 이상의 성과물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 남북문제, 특히 비핵화 문제는 단순히 우리 민족 내부의 문제가 아닌 국제사회의 문제가 돼 있기 때문이다. 남북 사이에서만 하기에는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이해관계가 얽힌 당사국들이 너무나 많다. 특히 북미 정상회담이 곧바로 이어진다. 남북회담의 역할은 북미회담의 성공을 위한 충실한 길잡이 역할만 해도 차고 넘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특별하고 역사에 남을만한 결과물을 기대하기보다 이번 남북회담이 만들어진 과정에 더 주목하고 싶다. 남북정상이 직접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의미 있는 일이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지난 9년 동안 완벽하게 단절됐던 남북 간 소통이 다시금 이어졌다는 것도 작지 않은 성과다. 회담을 수개월 간 준비하면서 남북 사이에 신뢰도 커졌다.
한 번에 모든 것이 해결되면 좋겠지만 첫 단추를 꿰는 데 굳이 큰 단추부터 시작할 필요는 없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남북 간 소통통로가 만들어지기만 해도 거대한 성과다. 다만 무엇이든 남북 간 신뢰구축이 바탕이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그를 위한 비핵화, 그 위대한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성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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