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이제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사가 됐다. 27일 열릴 남북 정상회담을 취재하기 위해 경기 일산 킨텍스에 설치된 메인 프레스센터에는 전 세계 36개국, 184개 매체, 869명(25일 등록 기준)의 외신 취재기자가 운집해 열띤 취재경쟁에 나섰다.
뉴스토마토가 26일 프레스센터에서 만나본 외신 기자들은 대체적으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는 회담 그 자체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반도 비핵화와 같이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다소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다.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Andrés Sánchez Braun) 스페인 통신사 Efe 한국특파원 사진/뉴스토마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일주일 전 한국에 왔다는 안드레스 산체스 브라운(Andrés Sánchez Braun) 스페인 통신사 Efe 한국특파원은 “긍정적인 기대를 갖고 있지만, 이번 회담에서 나올 협정은 그렇게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브라운 특파원은 최근 남북관계의 변화에 대해 “남북은 수년 간 분쟁상태였는데, 갑자기 달라진 느낌이 있다”면서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북한이 갑자기 태도를 바꾼 이유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납북자 등 북한 인권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아쉽다”면서 “한국정부가 지금 많은 것을 할 수 없는 건 이해한다. 일단 안전보장과 평화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를 바라보는 유럽지역의 시선을 묻자 “유럽연합(EU)은 항상 남북대화를 촉구했고, 한반도 비핵화와 역내 평화 및 안정에 관심이 있다. 스페인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다만 그건 정부 입장이다. 일반 사람들로 가면 부분적인 정보밖에 모른다. 김정은과 북한 핵무기에 대해 좀 이상한 이야기들이 많다”고 아쉬워 했다.
와다 다카시(Wada Takashi) 일본 TV도쿄 한국 지국장 사진/뉴스토마토
일본 TV도쿄 소속 와다 다카시(Wada Takashi) 한국 지국장은 “남북이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는 것은 굉장히 환영할 만한 일”이라면서도 “(회담 결과에) 아주 큰 기대를 갖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에서 했던 비핵화 선언과 비슷하게 구체성이 결여된 발표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예전과 달라진다면 북한이나 한반도라는 지명이 들어가는 정도가 예상된다. 북핵 폐기와 같은 명확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이전 선언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번에 진전을 이루려면, 이를테면 북한이 보유한 핵시설과 연구자, 핵탄두 등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하에 두고, 일본 평화헌법처럼 전쟁포기 내용을 헌법에 둬야 한다”며 “일본도 그런 비핵화 선언을 하고 당시 (사토 에이사쿠) 총리가 노벨평화상을 받은 바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일본에서는 ‘납북자 문제’ 해결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북한 차원에서 구체적 문제 해결을 해주길 바란다. 일본 정부 역시 납북자 문제 해결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라고 부연했다.
홍콩라디오텔레비전(RTHK) 소속의 캐나다 출신 프랭클린 스미스(Franklin Smith) 기자는 “It`s great!(참으로 훌륭하다)”라는 말로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19년 간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스미스 기자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충분히 성공할 것 같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남과 북의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넘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다만 그 역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매우 복잡한 이슈”라고 말을 아꼈다.
남북 정상회담을 놓고 미국과 중국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아쉽게도 이들 기자들은 인터뷰에 응하지 않아 의견을 듣지 못했다.
프랭클린 스미스(Franklin, Smith) 홍콩라디오텔레비전(RTHK) 기자 사진/뉴스토마토
이성휘·최서윤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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