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손해보험업계가 올해 하반기 단순한 특약만 담은 간단보험 출시를 통해 시장 확대와 수익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실손의료보험 단독판매 의무화라는 악재를 만난 손보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31일 금융당국 및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손보업계가 여러가지 특약이 들어가지 않고 간단한 내용만 보장하는 '간단보험'을 올해 하반기 출시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이는 최근 금융위원회의 보험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른 것으로 올해 하반기부터 상품 및 서비스를 판매하는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취급하는 상품·서비스와 연관된 보험도 판매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화 및 서비스와 밀접하게 관련된 보험에 한해 다수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은 시장질서 저해 등 부작용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라며 "이에 따라 간단손해보험대리점이 직접 보험계약자가 돼 피보험자를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간단보험은 보험설계사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단순한 보험 상품을 보험사가 미리 설계해 업체(매장)에 제공하면, 보험판매에 필요한 의무교육을 받은 매장 담당자가 소비자에게 중계시켜주는 형태로 판매된다.
금융당국은 여행자보험, 펫보험, 레저보험 등을 비롯해 최근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세그웨이, 드론 등 전자기기와 관련된 상해·배상책임 보험이 주요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령 개정에 맞춰 업계에서는 ‘빅3’를 중심으로 간단보험 판매를 위한 상품준비 및 업체 협약 등을 준비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항공사 등 오프라인 매장 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까지 판매채널을 확대할 계획으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간단보험을 취급할 가능성이 크다.
또 DB손해보험은 오는 6월 중순 출시를 목표로 B2B(기업 대 기업)형태의 일반 제휴 상품을 준비 중이다.
특히, 업계에서 몇 안되게 펫보험 상품을 가진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롯데손해보험 등은 동물병원을 비롯해 애견샵 등과 연계한 간단보험의 출시가 가능하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1월 기준으로 국내 반려견은 662만마리, 반려묘는 232만마리에 달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간단보험 출시를 앞둔 보험사들이 서로 견제하기 위해 눈치싸움을 하고 있지만 현재 빅3를 중심으로 출시를 준비중"이라며 "이 외 중소보험사들도 자신 있는 분야에 상품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는 간단보험 판매가 활성화 되면 시장 확보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간단보험이 활성화 된다고 해서 당장 수익성 측면에 큰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다"라며 "그러나 자동차보험 등 제한적인 분야에 보험을 판매하던 것과 달리 보험판매 영역이 다방면으로 늘어나는 만큼, 시장 확보 측면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는 간단보험이 실손의료보험 의무화로 인한 보험사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4월부터 단독형 판매가 의무화 된 실손보험은 과잉진료와 보험사기 여부를 걸러내기 쉽지 않아 보험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른 업계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것은 그동안 업권에서 요구해 온 부분"이라며 "간단보험은 실손보험처럼 상품내용이 단순하지만 실손보험과 달리 수익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험료 자체는 높지 않지만, 손해율도 높지 않은 편이고 법 개정으로 여러 채널을 통한 박리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삼성화재는 31일 항공사, 애견삽 등을 대상으로 관련된 간단보험 출시를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사진/삼성화재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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