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경북대 A교수가 같은 학교 대학원생을 성추행하고 학교가 해당 사실을 조직적으로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25일 경북대 미투 사안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A교수를 강제추행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부에 따르면, A교수는 전임강사로 재직하던 2007년부터 2008년 약 1년 간 대학원생에게 수차례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경북대는 당시 징계시효인 2년이 경과했다는 이유로 경고조치만 내렸다.
성추행 피해 신고 처리 과정 역시 부적절했다. 조사결과 당시 단과대학장은 주임교수를 통해 대학원생의 성추행 피해신고를 접수하고도 이를 상담소와 위원회에 이송하도록 정한 학내 규정을 위반했다.
교육부는 당시 단과대학장과 대학원 부원장 등 2명이 성추행 사건 조사와 징계 요구에 대한 권한이 없는데도 A교수에 대한 자율징계 확약서를 마련하고 A교수와 대학원생에게 서명하도록 해 해당 사건을 자체 종결했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단과대학장과 대학원 부원장 등 2명의 비위행위는 ‘중징계’ 사유, 주임교수는 ‘경징계’ 사유에 각각 해당했지만, 교육부는 징계시효(당시 2년)가 지났다는 이유로 ‘경고’를 통보했다. 또 관련자들은 총장의 성폭력 사건 조치의무 이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해당될 수 있지만 이 역시 공소시효(당시 7년)가 경과해 결국 교육부는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도 못했다.
교내 성폭력상담소와 인권센터를 부적절하게 운영한 사실도 다수 드러났다. 경북대는 교내 ‘인권센터 규정’을 만들면서 적용 대상에 휴학생을 제외하고 신고사유 발생 1년이 경과하면 성폭력·성희롱 신고를 하지 못하게 했다.
또 2016년부터 2018년 4월까지 성희롱 사건이 총 8건 발생했지만 여성가족부에 재발방지대책을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인권센터는 2016년 11월 설립 후 2018년 4월까지 총 7건의 성희롱 사건을 조사하고도 해당 심의 결과를 총장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4월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경북대가 A교수가 10년 전 대학원생을 성추행한 사실을 은폐·축소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교육부는 해당 대학의 성비위 사건과 피해신고 처리과정, 학내 인권센터 운영 등 전반적인 실태 파악에 나섰다.
교육부는 성폭력상담소와 인권센터 운영자의 비위사실 및 정도에 따라 주의, 경고 등 조치를 할 예정이다. 교육부는 조사 결과 통보 후 30일간의 이의신청기간을 거쳐 관련자 처분을 최종 확정한다.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성추행 혐의가 있는 교원과 사건을 부적정하게 처리한 교원에 대해 시효가 도과되어 징계처분을 할 수 없게 되어 매우 안타까운 심정”이라며 “피해 학생이 미투 운동을 계기로 2차 피해를 겪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등 관계자들이 지난 4월19일 오전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학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북대 성폭력 가해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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