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LG가 4세 구광모 시대를 연다. 10대그룹 중 유일하게 회장 직함을 단 40대 총수로, 젊은 LG의 변화를 주도하게 된다. 다만, 그간 대내외에 알려진 것이 없어 재계 서열 4위 LG를 책임질 수 있는 경영능력 입증이 시급한 과제로 다가온다. 가문의 장자승계 원칙에 입각, 회장 직에 올랐지만 '세습'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부담이다. 고 구본무 회장의 와병시 그룹 살림을 총괄했던 삼촌 구본준 부회장과의 아름다운 이별도 그의 몫이 됐다.
㈜LG는 지난달 29일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연이어 열고 구광모 LG전자 ID사업부장(상무)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후계구도가 명확해 구본무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에도 큰 동요 없이 대표이사에 오를 것은 충분히 예견됐지만, 상무에서 회장으로의 직행은 파격적이다. LG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지만, 장자승계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유교적 가풍을 감안하면 "당연한 처사"라는 반응도 나온다. 그룹 회장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판단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회장 직함은 새 시대를 여는 그의 입지를 다져주는 동시에 세습 경영에 대한 부담으로 작용한다.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10여년 남짓 경영수업을 받아왔지만, 대외적으로 드러난 성과는 전무했다. 구자경 명예회장과 부친인 구본무 회장이 모두 20년가량 그룹의 다양한 업무들을 경험한 뒤 회장 직에 오른 것과 비교해도 수련 기간이 상당히 짧다. 구본무 회장의 후광효과가 사라질 경우 그의 경영능력에 대한 평가는 혹독할 수도 있다.
여론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본지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6월 조사에서 구광모 회장은 28.78의 압도적 점수로 총수부문 1위에 올랐다. '3·4세 경영인 중 기업을 가장 잘 이끌 것 같은 사람' 항목에서도 26.9%의 지지를 얻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7.8%),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15%) 등 선배들을 제치고 정상을 차지했다. 구 회장도 이를 의식한 듯 이사회에서 "책임이 무겁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구 회장은 별도의 취임식 없이 연말까지는 경영 현안 파악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하현회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 내 6인의 부회장단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이들은 구 회장 체제가 안착할 때까지 보좌에 전력을 기울이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말 인사를 통해 구 회장이 과거 일선에서 근무하던 시절 손발을 맞췄던 이들을 중심으로 신진그룹의 부상도 예상된다. 다만, 조직 안정 차원에서 큰 틀의 변화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편 구본준 부회장은 경영 일선에서 완전히 물러난다. 구본무 회장의 와병을 전후해 그룹 경영 전반을 살피며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소임을 덜어내고, 큰 짐을 짊어진 조카를 위해 용퇴를 결정했다. 연말 정식 퇴임 때까지 계열분리 등 독립 방식을 놓고 구 회장 등과 논의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구 부회장이 보유한 ㈜LG의 지분 7.72%(약 9600억원 상당)으로 인수 가능한 LG상사, LG이노텍, 판토스 등을 유력 후보로 꼽는다. 다만 그룹 고위 관계자는 "구 부회장의 독립은 가족회의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LG화학이나 LG디스플레이의 분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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