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LG그룹이 4세 승계를 본격화한다. 구광모 LG전자 상무가 사내이사로 선임되면서 경영 전면에 선다. 구광모 체제로의 전환에 맞춰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속도를 낸다.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등의 영역에서 승부수를 띄운다.
㈜LG는 오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구광모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의결한다. 고 구본무 회장(11.28%)을 비롯해 구본준 부회장(7.72%), 구광모 상무(6.24%) 등 총수 일가가 LG 지분 46.68%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이변이 없는한 구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은 순조롭게 이뤄질 전망이다. 구 상무는 지난달 17일 이사회에서 사내이사로 추천됐다. 당시 와병 중이던 구본무 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동시에 후계구도를 사전 대비하기 위함이었다. 사흘 뒤 구 회장이 별세하면서 구광모 상무로의 경영 승계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구광모 LG전자 상무는 지난달 20일 구본무 회장의 별세 이후 LG그룹 후계자로 전면에 나섰다. 사진/LG
주주총회 이후 LG는 이사회를 개최해 구 상무의 승진 혹은 대표이사 선임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구 상무가 하현회 LG 부회장 등 LG그룹 내 6인의 부회장단 보고를 받는 위치에 놓이는 만큼 현재의 상무 직급이 모양새가 맞지 않는다는 의견에서다. 다만 그가 회장 직함을 바로 달지는 명확치 않다. 구 상무는 지난 2006년 LG전자 재경부문 대리로 입사해 올해로 13년째를 맞았다. 고 구본무 회장이 입사 20년만인 50세에 그룹 회장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구 상무의 경영 수업 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가시적인 경영 성과도 아직은 없다.
이 때문에 부회장으로 우선 승진한 후 몇 년간의 경험을 더 쌓은 후 회장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이 기간 6인의 부회장단이 구 상무의 조력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같은날 LG가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상헌 전 대표는 판사출신으로 지난 1996년 LG 구조조정본부 상임변호사로 영입돼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주도했다. 네이버 대표를 역임한 만큼, AI 등 신성장동력에도 상당한 식견이 있다.
이와 함께 LG는 구광모 시대의 먹거리 확보에도 주력하고 있다. 고 구본무 회장이 LG를 글로벌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던 것처럼 구광모 상무도 LG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야 하기 때문이다. 신사업으로는 AI, 로봇, 전장 등이 낙점되는 모양새다. 로체스터 공과대학에서 수학한 구광모 상무는 IT기술 동향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룹 차원에서의 준비도 차근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 22일 LG전자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로봇개발 스타트업인 '보사노바 로보틱스'에 300만달러(약 33억원)를 투자키로 했다. 지난해부터 로봇 영역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해외로까지 투자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지금까지 LG전자는 웨어러블 로봇 스타트업인 '에스지로보틱스', 로봇개발업체 '로보티즈', AI 스타트업 '아크릴', 산업용 로봇제조업체 '로보스타' 등에 투자를 해왔다.
한편,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은 오는 8월 말 개막하는 유럽 최대 가전 전시회 'IFA2018'에서 기조연설자로 LG의 AI 기술을 소개한다. LG전자 최고경영진 중에서는 처음으로 주요 전시회 기조연설에 나서 AI 분야 기술 리더십을 공고히한다. 전장 영역에서는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 기업 ZKW 인수가 힘을 더할 전망이다. ZKW는 BMW, 벤츠, 포르쉐 등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에 자동차 헤드램프를 공급하는 업체로, 해당 시장의 톱5에 꼽힌다. LG와 LG전자가 11억유로(약 1조4400억원)을 투자한 이번 M&A는 LG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의 거래이기도 하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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