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진성 기자] 정부가 추진하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완화)로 취약계층의 삶의 질이 높아지지만 공공부조 수급자와 비수급자 간 비형평성 문제와 가족 해체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에서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가 행진을 하며 기초연금 보장을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그래픽/뉴스토마토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정책과제 연구' 보고서를 보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긍정적 기대 효과와 부정적인 요인 등이 담겼다. 정부는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에 따라 지난해부터 2022년까지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
보고서는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가 '기초보장 사각지대의 적극적 해소'차원으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이 기준중위소득의 일정 이하라면 사실상 기초보장 수급 자격을 충족하게 되기 때문에 기초보장 급여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부양의무자 가구에 소득·재산 하위 70% 이하의 중증 장애인 또는 노인이 있는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제외하는 단계(2022년 1월)까지 이르면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할 경우 사각지대의 규모는 현 93만명에서 48만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여타 소득보장제도 개선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더 큰 빈곤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라 기초보장제도에 의존하는 노인의 수가 크게 증가할 가능성 등의 부정적 효과는 우려되는 대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빈곤율과 부양의무자 기준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인구고령화에 따른 65세 이상 노인 비수급 빈곤인구의 규모는 2020년에는 약 87만명, 2025년에는 약 112만명, 2030년에는 약 138만명으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급자로 들어서는 노인 인구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공공부조 수급자와 비수급자 간 비형평성이 더욱 두드러지게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66~75세 가구주 가구의 45.4%는 균등화된 가처분소득 하위 20%에 속해 있고, 76세 이상 가구주 가구의 경우는 74.5%가 하위 20%에 집중돼 있다.
노인의 다수가 저소득층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결과로, 소득이 약간 더 높거나 재산 기준을 초과하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해서 기초보장 수급에서 배제된 노인과 수급 노인들 간에 경제적 수준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음을 의미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특히 생계급여 수급자의 경우 사실상 의료, 주거급여를 모두 받게 될 뿐만 아니라 이 외에도 각종 법정·민간, 현금·현물 급여들이 여전히 수급자에게 쏠려 있어 삶의 질이 실질적으로 역전될 가능성이 존재해 논란이 예상된다. 요양시설 입소와 사회서비스 수급 등에서는 기초보장 수급자에게 추가적인 혜택이나 요금 감면이 주어지는 경우가 많아 비형평성이 강화될 위험도 커진다.
아울러 보고서는 또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중장기적 효과로 현재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노인이나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장애인 등이 수급을 위해 실질적으로든 형식적으로든 가구를 분리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봤다.
이른바 '효자의 역설'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가령 노부모에게 신체적·정서적 부양을 제공하던 자녀조차 가구 분리를 통해서만 노부모의 기초보장 수급이 가능하다면 이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반대로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것을 택하는 자녀는 노부모가 기초보장 수급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사실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가구 분리 자체가 불법이나 편법은 아니기 때문에 이를 제도적으로나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사연 관계자는 "먼저 단기 과제로 행정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따른 영향평가와 향후 완전한 폐지에 따른 추가 수급자 추정 등에 대한 시뮬레이션 연구가 이어질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통해 예상되는 부수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 기준에 영향을 받는 타 제도(법령) 및 공제제도 정비를 통한 형평성 제고 방안도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이진성 기자 jin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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