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드루킹의 인터넷상 불법 댓글 조작 사건과 관련된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이 23일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의 사망에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검팀은 이날 계획했던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핵심 인물인 도모 변호사의 조사도 미뤘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날 오후 취재진과 만나 "전혀 예상을 못 했다"면서 "본인이나 가족에게 소환 통보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점에서 노 대표에 대한 수사 계획이나 일정을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도 변호사의 소환을 연기한 것에 대해서도 "이러한 상황에서 조사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검은 외부 환경 변화에 흔들림 없이 예정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앞으로 금전을 매개로 그의 발목을 잡거나 대가를 요구한 의혹에 대해 최선을 다해 진상을 규명할 것"이라며 "그것이 고인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검팀은 노 대표가 지난 2016년 '드루킹' 김씨가 운영한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으로부터 후원금 5000만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수사를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17일 오전 1시5분쯤 도 변호사를 정치자금법 위반·증거위조 등 혐의로 긴급체포한 후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허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도 변호사에 대한 영장심사 결과 "긴급체포의 적법 여부(긴급성)에 의문이 있고, 증거위조교사 혐의에 관해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음을 고려할 때 구속의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도 변호사는 김씨에게 고교 동창인 노 대표를 소개하고, 노 대표에게 후원금을 전달한 혐의를 받는다.
서울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노 대표는 이날 오전 9시38분쯤 서울 중구에 있는 한 아파트 현관에 쓰러져 숨진 채로 발견됐다. 노 대표의 사망은 이 아파트 경비원의 신고로 확인됐다. 노 대표의 외투에는 드루킹 관련 금전을 받은 사실은 있으나, 청탁과는 관련이 없다는 내용과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익범 특별검사는 이날 오전 11시30분 긴급 브리핑에서 "예기치 않은 비보를 듣고 굉장히 침통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정치사에 큰 획을 그었고, 의정 활동에 큰 페이지를 장식한 분"이라며 "보도를 접하고 굉장히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 없다"며 심경을 전했다.
또 "개인적으로는 정치인으로 존경해 온 분이셨다"며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먼 거리에서 늘 그분의 행적을 바라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허 특검은 "가슴 깊이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개인적으로 깊고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면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다만, "수사에 관한 내용은 다음에 말하겠다"면서 말을 아꼈다.
특검팀은 지난 20일 김씨 등 4명을 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김씨 등은 2월21일부터 3월21일까지 총 2196개의 네이버 아이디와 댓글 순위 조작 프로그램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킹크랩2' 등을 사용해 총 5533개 기사에 달린 22만여개의 댓글에 1131만여회의 공감 또는 비공감을 클릭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에 앞서 김씨 등이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담당하는 김대규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판사는 검찰의 변론 재개 요청을 받아들여 오는 25일 선고 공판을 연기하기로 했다. 김씨 등은 1월17일부터 18일까지 총 2286개의 네이버 아이디와 '킹크랩' 등으로 총 537개 기사의 댓글 1만여개에 184만여회의 공감·비공감을 클릭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가운데) 특별검사를 비롯한 특검팀 관계자들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특검사무실에서 이날 오전 투신해 사망한 노회찬 의원에 대한 입장발표를 마친 후 브리핑룸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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