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지급 거부 속사정은
KDB생명 "약관대로 지급해 왔다"…경영악화 부담 반영 된 듯
금감원, 분조위 상정 거쳐 의견서 수용 여부 결정
2018-07-25 17:39:42 2018-07-25 17:40:51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보험사가 과소 지급한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하라는 당국의 지도방침에 KDB생명이 반대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에서는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는 KDB생명이 미지급금에 부담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자살보험금 사태를 겪어본 대부분의 보험사 입장에서는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지급하는 방향을 선회하려는 움직임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25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KDB생명 입장에서 200억원을 지급하라는 금감원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자살보험금 사태 당시 금감원의 압박을 알고는 있지만 당장 경영이 어려운 상황이라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11월 삼성생명이 판매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과 관련해 연금 과소지급 판결을 내리고 모든 일괄구제제도를 적용해 모든 생보사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생보업계는 2016년 금감원의 자살보험금 미지급금 지급 요구에 버티다가 금감원의 대표이사(CEO)문책경고, 영업정지 등 강력한 재제에 항복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 금감원의 요구에 크게 반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KDB생명은 의견서를 통해 대형 생보사와 달리 약관에서 산출방법서를 언급하고 있으며 산출방법서에 만기보험금을 공제하는 부분이 담겨있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KDB생명이 최근 분조위에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라며 "삼성생명이나 한화생명과 약관이 다르며 해당 약관에 따라 문제 없이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금감원 요구와 반대되는 것인데 보험업계는 최근 거듭되는 악재로 경영에 빨간 불이 켜진 가운데 이번 미지급금 지급이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감원 요구를 따를 경우 KDB생명이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은 2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KDB생명은 올해 상반기,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지표라고 할 수 있는 RBC비율이 154.55%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게 RBC비율 150%를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100% 이하를 밑돌 경우 자본금 증액과 부실자산 처분 등의 계획을 담은 경영개선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 경영개선권고를 내린다.
여기에 KDB생명은 지난 5월 발행에 성공한 2억달러 규모의 30년 만기 해외 신종자본증권의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도 안고 있다.
 
해당 증권의 금리는 연 7.5%로 매년 최소 150억∼170억원의 이자가 발생하는데, 최근 2년간 당기순손실을 내다 올해 1분기 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KDB생명에게는 또 다른 걱정거리다.
 
이에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4월 KDB생명의 후순위 무보증 회사채 신용등급을 ‘AA-’(부정적)‘에서 ‘A+’(안정적)로 한 단계 낮췄으며 나이스신용평가도 또한 지난 6월 보험금지급능력등급(AA-)과 후순위채( A+)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씩 내렸다.
 
KDB생명 관계자는 "분조위에서 결정된 것도 없고 우리 또한 즉시연금 미지급금에 대해 입장을 정한 건 아니다"라며 "금감원의 지급 요구에 대해 거절하거나 반발하는 것은 아니며 법률검토를 통해 의견을 제출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KDB생명의 의견서는 반박이라기 보다 절차에 따라 제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며 "아직 시기가 정해지진 않았지만 분조위 상정 후 의견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KDB생명 본사 사옥. 사진/KDB생명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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