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입차주라도 사용자 지시받았다면 근로자…산재 인정"
법원 "배송업무만 담당하는 순수 지입계약 업자와 달라"
2018-07-30 06:00:00 2018-07-30 06: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운수업체 명의로 등록된 차량을 운행하는 지입차주라도 사용자의 지시를 받아 일했다면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산업재해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이승원 7단독 판사는 지입차주인 김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불승인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4월 A사 근로자인 동료가 운전하던 지게차에 깔려 오금동맥 손상, 좌골신경 손상 등의 부상으로 요양급여와 휴업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그해 7월 김씨가 지입차주로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급여와 휴업급여 부지급 처분을 내렸다. 이에 김씨가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이 판사는 "김씨는 종전에 A사에서 회사 소유의 차량으로 배송업무를 담당한 적이 있었다"며 "다시 A사에서 배송업무를 맡으면서 자신 소유 명의의 차량을 제공하기로 한 것 이외에는 종전과 같은 형태와 내용의 업무를 처리할 의사를 가졌고, A사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김씨는 A사에서 전무 B씨의 지시를 받아 배송업무 이외에 박스 포장, 금속 검출, 창고 정리 등 업무도 처리했다"며 "배송업무를 마친 후 곧바로 퇴근하지 않고 A사로 복귀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순수한 지입 계약을 체결하고 배송업무만을 담당했던 사람과는 명백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씨가 A사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한 것은 김씨가 제공하기로 한 차량의 소유 명의를 김씨 앞으로 이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김씨와 A사가 지입차량 관리와 운용 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점 등을 비춰 볼 때 김씨는 A사에서 배송업무를 담당하던 근무자로서 산재보험법의 보호 대상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A사에서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은 근로 계약을 체결한 후 A사 소유 명의의 차량으로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제1유형과 자신 소유 명의의 차량으로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제2유형, A사와 지입차량 관리와 운용 계약을 체결한 후 배송업무를 담당하는 제3유형으로 분류됐다.
 
앞서 김씨는 2015년 12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제1유형으로 일했다. 이후 지난해 3월부터 A사에서 주로 배송업무를 담당하면서 B씨의 지시에 따라 다른 업무도 처리했다. 김씨는 제3유형에 속한 사람과 달리 A사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식사비를 결제했다. 애초 제2유형으로 일하려던 김씨는 업무 시작 무렵 명의를 이전하지 못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서울행정법원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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