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근무 대기 시간에 제복을 입고 음란 동영상을 촬영한 후 다른 사람에게 전송한 경찰관을 해임한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찰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저하시킨 점은 인정되지만 신분을 박탈할 정도로 볼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박형순)는 경찰 A씨가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경찰 근무복을 착용한 상태에서 이 사건 행위를 한 것이 경찰공무원으로서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는 있으나, 그 의무 위반 정도가 심해 공무원직을 박탈하는 해임 처분을 받을 정도에 이른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의 비행 정도에 비춰 지나치게 과중한 처분으로서 비례원칙을 위반해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A씨는 SNS 활동으로 알게 된 B씨의 요청으로 지난해 3월 야간근무 중 대기 시간에 소속 지구대 2층 남자 화장실에서 근무복을 입은 상태에서 음란 동영상을 촬영해 전송했다. 하지만 '몸캠 피해를 당했다'며 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가 접수되고, 그해 4월 B씨가 검거된 후 휴대폰에 저장된 A씨의 동영상이 발견됐다. 남성인 B씨는 SNS에서 여성으로 행세하면서 몸캠 피싱을 암시하는 게시물을 올린 후 불특정 남성과 쪽지를 주고받다가 카카오톡으로 음란 동영상을 확보하는 등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을이용한촬영)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서울청은 이러한 행위 외에도 A씨가 B씨와 처음 대화를 시작한 지난해 2월 초 자신의 집에서 평상복을 입은 상태에서 음란 동영상을 촬영한 후 B씨에게 전송하고, 그해 4월 주간근무임을 알고도 특별한 이유나 연락 없이 출근하지 않은 행위가 각각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면서 해임 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해임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A씨가 평상복을 입고 음란 동영상을 촬영한 행위에 대해서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서 이뤄진 것으로 그 자체로 비난 가능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출근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서도 "출근 시간을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인정될 뿐 무단결근한 사실은 없으므로 이 사건 해임 처분에는 징계 대상 행위에 관해 사실을 오인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A씨는 전날 마신 술로 오전 8시까지 출근하지 못하고, 소속 팀장이 A씨 집을 방문해 깨운 후 오전 10씨쯤 같이 출근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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