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연축은 소아뇌전증에 가장 최악의 소아간질이라 할 수 있다. 하루에 100여회 가까운 연축을 반복하게 되면 정신발달, 지적발달상에 급격한 퇴행이 이루어져 학습이나 언어가 불가능한 수준의 지적장애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경련소실과 뇌파의 안정화를 치료목표로 하는 일반 소아간질과 달리 영아연축은 발달의 정상화까지 이루어져야 완치라는 표현이 가능할 것이다.
최근 비가바트린이란 항경련제만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량의 프레드니솔론의 병행투약을 통해 72.7%의 영아연축 아동이 완치되었다는 뉴스보도를 접했다. 반가운 마음에 논문의 원문을 찾아보니 경련소실율에서는 이전 비가바트린만을 사용할 때 보다 월등히 높은 치료효과를 나타내는 성과를 보였다. 경련소실과 뇌파의 정상화라는 측면에서는 참 놀라운 치료율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발달장애의 정상화라는 치료목표는 큰 호전을 만들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웠다. 연축이 소실된 아동들의 발달 상태를 6개월 후에 평가했을 때 부분적인 발달개선은 인정되지만 퇴행된 발달이 정상범위에 근접할 정도로의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보기는 어려웠다.
통계에 의하면 영아연축 아동들은 대체로 5%의 아동만이 정상발달을 하며 정상적인 직업과 학업생활을 한다고 알려져 있다. 경련이 소실되고 뇌파가 정상이 된 아동들 중에서도 거의 대부분이 심각한 수준의 지적장애아동이 되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법 역시 경련소실율은 증가하였지만 영아연축 아동의 발달장애를 정상화시키는 의미있는 치료결과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양방에서 이루어지는 항경련제 요법은 경련억제효과는 탁월하지만 발달을 정상화시키는 효과는 매우 약한 수준이다. 진실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보다 표현이 엄격해져야 할 것이다. 70%가 넘는 영아연축 아동들의 연축을 빠른 시간 내에 소실시킬 수 있지만 발달장애가 진행되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고 환자들에게 정확하게 고지해야 한다.
영아연축 환자에게서 발달을 정상화시키는 치료는 현재로는 한방치료법이 유일한 듯하다. 한방치료법은 연축억제율이 양방치료법에 비해 현격하게 떨어지지만 발달을 정상화시키는 치료율은 매우 높게 나타난다. 후향적이지만 임상통계에 의하면 영아연축 발병한 지 한 달 이내의 아동들이라면 80% 이상이 정상발달을 하게 된다.
양방이나 한방이나 현재 의료 수준에서 영아연축환자에게 경련소실과 발달의 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서로의 치료를 배척하지 않은 채 협력적인 진료를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 할 것인데 현실은 여의치 않다. 서로가 서로를 배척하는 기형적인 의료풍토에서 희생자는 환자들 뿐이다. 현명한 환자라면 경련소실과 발달의 정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이라 기대해본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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