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의학이 아무리 진화해도 암은 완치될 수 없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주요 사망 원인은 암이다. 2015년 기준, 암으로 사망한 사람은 7만5334명으로, 인구 10만 명 당 149명에 이른다.
프랑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프랑스 국립과학암센터에 따르면 2015년 암으로 사망한 프랑스인은 15만 명, 인구 10만 명당 240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심장과 혈관질환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 6월25일 프랑스 리옹에 있는 국제암연구센터(CIRC, Lyon)에서 암 예방을 위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30세 이상 성인남녀 40% 이상이 암을 피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암은 나쁜 생활방식과 환경에서 기인하는 13가지 위험요인과 관계가 깊으며, 이들 위험요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거나 줄이면 암 환자 수를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CIRC 소속 이자벨 소에르조마타람(Isabelle Soerjomataram) 박사는 “암으로 사망하는 사람 중 4만7000명은 담배로 인해, 1만5000명은 알코올로 인해서다. 그밖에 정크푸드, 비만 등으로 나쁜 생활방식과 해로운 환경에서도 기인한다”고 강조한다. 그녀는 “연구 결과 놀라운 것은 암의 세 번째 요인은 비만, 네 번째 요인은 음식이었음을 확인했다”며 “프랑스인들은 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위생적으로 음식을 섭취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다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암은 여성보다 남성이 더 자주 걸린다. 연구 과정에서 신규 남성 암 환자는 8만4000명, 여성은 5만8000명으로 나타났다. 남자들은 암의 주요 요인이 담배(29%), 알코올, 음식, 직업상 노출이었다. 여자들은 담배(9%), 알코올, 과체중·비만이었다. CIRC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와일드(Christopher Wild) 박사는 “이러한 결과는 여성, 남성 모두 알코올과 담배 소비에 빨리 민감해져야 함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도 이점에 유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점점 담배 피고, 술 마시는 여성인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 여성 암환자의 약 6%는 담배, 4%는 술이 원인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각각 8%와 7%로 증가했다. 다른 위험 요인은 외인성 호르몬 사용, 전염병, 전리방사, 공기오염, 태양방사, 6개월 이하의 수유, 화학물질 노출 등이다”라고 알렸다.
한편 프랑스 국립과학암센터는 암을 퇴치하기 위한 방법으로 운동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며 운동을 권장한다. “움직이면 암에 걸리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남녀노소에게 운동은 효과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암 환자에게 규칙적인 운동은 좋다. 병이 든 경우에도 운동은 사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운동은 암에 걸리기 전, 암에 걸렸을 때, 수술 후까지 유용하다. 충분한 운동은 특히 암이 확산될 위험을 줄여준다. 이는 알코올, 담배, 음식처럼 예방의 가변요인이다.
많은 연구는 여러 가지 암, 특히 대장암이나 유방암을 예방하는 과정에서 운동의 효과를 증명하고 있다. 자궁암, 폐암, 직장암, 전립선암, 난소암, 췌장암 등도 마찬가지다. 연구에 따르면 칩거해 움직이지 않는 것보다 규칙적인 운동을 할 경우 대장암이 진전될 위험률은 17%, 유방암은 20% 줄어든다. 이 수치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암들의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국민 차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국립과학암센터의 라파엘 앙슬렝(Raphaelle Ancellin)은 설명한다. 게다가 ‘유효선량’이 존재하는데 이는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보다 중요하고 보호효과도 더 크다. 따라서 매일 30분 운동을 하면 대장암 리스크를 약 12%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운동의 이점은 나이를 막론하고 인간 누구에게나 유효하다. “25세 이하, 25세에서 50세, 50세 이상으로 카테고리를 나눠 연구한 결과 운동은 유방암의 위험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운동은 나이와 상관없음을 의미하고, 늦었다고 할 때가 빠른 것이다”라고 앙슬렝은 강조한다.
서두에서 밝혔듯, 한국인 사망의 주요 요인이 암이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해치는 암의 구체적 요인을 밝히고 예방법을 국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담배는 물론 술도 암의 치명적 요인임이 드러나고 있는데 알코올에 대한 시책은 찾아볼 수 없다. 식품에 대한 위생 또한 마찬가지다. 프랑스처럼 암 발생의 주요요인이 무엇인지 정부가 나서 연구하고 결과를 공개해 국민이 좀 더 예방에 민감할 수 있게 조치를 취해야 한다.
제 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암 사망자의 비율은 변하지 않는다. 최근 프랑스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암 사망률이 줄긴 했지만 그 수치는 매우 미미하다. 한국의 경우는 2014년보다 2015년 사망률이 0.1% 증가한 상태다. 의학에 의존하기보다 국민 각자가 암 예방을 위해 어떤 관리와 대처가 필요한지 정부가 앞장서서 홍보하라. 국민 건강은 한 나라의 가장 큰 재원이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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