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2년7개월 만에 이란 제재를 재개하면서 해외 건설 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세컨더리 보이콧 등 제재가 가해지며 이란에서 수주가 사실상 어려워졌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이란 원유 수입 규제로 인한 유가 상승 시 주변 국가로부터 수주가 확대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이란 국민들에게 TV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란 제재가 복원되면서 해외 수주 시장에 작지 않은 타격을 줄 것이란 예상이다. 미국은 지난 7일부터 이란과 거래한 제3국을 제재하는 세컨더리 보이콧과 이란 정부의 달러화 매입 금지 등 1단계 제재를 발효했다. 미국은 이란 정부의 자금줄을 차단하고 이란을 글로벌 시장에서 단절시키겠다는 방침을 단계적으로 실행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제재가 시행되면서 이란의 해외 건설 발주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금융 제재로 이란의 재정이 위축됨과 동시에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면서 건설 수주가 확대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 초부터 현재까지 국내 건설사가 이란에서 수주한 계약 금액은 마이너스 2만4000달러 손실을 보고 있다. 또한 앞서 이란의 핵협정 탈퇴 이후 지난 6월 대림산업은 2조2300억원 규모의 '이스파한 정유 공장 개선 공사'의 계약이 해지됐다고 공시했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이 수주한 '이란 사우스파 가스전 확장 공사' 역시 계약 이행이 잠정 중단된 상태로 사실상 시공까지 이어지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란도 달러가 확보돼야 발주를 할 수 있는데 제재가 실시되면서 발주가 취소되거나 발제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향후 추진되는 이란 원유 수입 중단으로 유가가 상승해 수주 일감 확보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은 향후 11월5일부터 2단계 재제 방안 중 하나로 이란 정부의 외화벌이 수단인 이란산 원유 수입을 금지하는 규제를 예고했다. 이 같은 제재가 시행되면 이란산 원유 거래가 차단돼 원유 거래량이 감소하고 유가는 상승한다. 이는 곧 주변 중동 국가들에는 반사이익으로 작용해 재정이 확대됨에 따라 건설 수주 발주가 늘 수 있다. 김종국 해외건설협회 아·중동 실장은 "유가가 오를수록 재정이 확충이 되니까 도움이 된다"며 "이라크가 IS퇴치 이후 치안이 안정되고 재건 사업들이 많이 이뤄질 수 있어 대체 시장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합의와 미국의 셰일 오일 공급량 확대로 유가가 실제로 상승할지는 미지수다. 김민형 선임연구위원은 "이란을 제재하기 전 미국이 OPEC에 증산을 요구해 하루에 100만배럴 더 생산하기로 했다"며 "미국이 또다시 증산 요구를 하거나 셰일 오일을 얼마나 생산하느냐에 따라 유가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추이를 볼 때 예전처럼 중동에서 발주가 확대되려면 90~100달러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며 "유가가 얼마나 상승할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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