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중공업이 또 다시 대규모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더 이상 감원은 없다"던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23일 김숙현 해양사업대표(부사장) 명의의 담화문을 통해 "조직을 대폭 축소하고 인력 감축을 위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김 부사장은 "많은 임원, 관리자들이 책임을 지고 이미 사업본부를 떠났으며 많은 직원들도 교육, 휴업 등으로 고통을 분담하고 있지만 이런 조치들조차 현재 우리가 처한 더 큰 위험, 텅 빈 작업장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없다"며 "해양사업을 계속 할 수 있느냐의 중차대한 기로에서 사업본부를 최소한이나마 유지할 수 있도록 긴급히 특별한 조치를 취하고, 신규 수주에 필요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비상 상황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의 마지막 해양플랜트 일감인 나스르 프로젝트. 사진/현대중공업
그는 그러면서 "저 역시 현재 진행 중인 나스르 공사의 아부다비 해상 작업과 과다 공사비 문제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책임을 지고 물러나도록 하겠다"며 "해양사업대표로서 (희망퇴직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보상이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또 "현대중공업에 일감이 없어 해양사업을 접는다는 소문이 국내외에 파다하고 이는 고객사들의 확인 요청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인력 감축과 함께 사업 경쟁력을 악화시켜온 비능률·비효율 요소도 과감히 제거하고 기술 중심의 공사 수행력 향상으로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20일 저녁 나스르 프로젝트의 마지막 모듈이 출항했지만 기쁨보다는 마음이 무거웠다"며 "변화하는 시장 추이에 미리 대비하지 못한 저를 포함한 해양 임원들에게 책임이 있고, 기존 공사들을 효울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낮은 생산성으로 엄청난 공수효과, 납기 지연, 품질 하자 문제 등으로 조 단위 손실을 초래한 우리 모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은 2014년 11월 이후 해양플랜트 신규 수주가 끊겼다. 일감 확보를 위해 수차례 해양플랜트 수주전에 참여했으나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인건비가 한국 대비 3분의1 수준인 중국, 싱가포르 업체들이 싹쓸이 해갔다. 지난 4월엔 현대중공업과 평소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글로벌 석유회사 BP마저 중국-프랑스 컨소시엄에 일감을 발주했다. 결국 지난달 해양 야드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온산읍 소재 해양 2공장도 매각키로 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2015년 6월 담화문을 통해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해양 야드 가동 중단을 결정한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 측의 우려가 높다는 질문에 "인력 효율화"라며 구조조정 가능성을 시사했고 결국 현실이 됐다.
회사 측의 이같은 희망퇴직 실시 방침에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날 울산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적극적인 파견, 전환배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해양사업 노동자들이 습득한 기능은 대부분 조선쪽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며 "일감 나누기, 시간 나누기 방식으로 해양의 일감이 확보될 때 까지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2월에 이미 유급휴직에 동의하고 정부의 지원금을 받으면서 고용을 유지해 나가기로 회사 측과 합의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대중공업그룹(삼호중공업 및 미포조선) 사업장까지 포함해 전환배치를 하고 과거 육상건조의 경험이 있는 해양 야드에 골리앗 크레인과 도크장이 갖춰져 있으므로 조선 물량을 배정하며 그래도 남는 인력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숙련 향상 교육을 실시하는 등 고용을 유지해 나가자고 제안했지만 회사 측은 노조의 이를 받아들이기는 커녕 또 희망퇴직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꼬집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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