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어원적으로 ‘발달시키다’, ‘생산하게 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보통 ‘학습’과 ‘지적·도덕적·육체적 능력의 발달’, 그리고 이 발달기능의 수단과 결과를 의미한다. 인간의 교육은 자체 역량과 지리적·역사적 특성인 문화 요소를 포함한다. 따라서 각 나라는 저마다 고유의 교육제도를 가지고 있다. 교육은 인간 발달에 있어 중요한 요소로 좋은 교육 제도는 매우 큰 이점을 지닌다. 반대로 좋은 교육제도를 갖추지 못하는 것은 한 나라에 있어 최악의 조건으로 간주할 수 있다.
올바른 교육은 한 인간을 바르게 성장시킬 뿐만 아니라 사회에 필요한 재원을 양성한다. 한국의 교육, 특히 공교육이 바로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교육을 바로 세워야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 아무리 계층이동 사다리가 부러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계층 이동을 가능하게 해 주는 것은 교육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수상 산하 싱크탱크인 <프랑스 스트라테지(France Strategie)>의 연구 결과를 보면 기회의 불평등이 프랑스 사회에도 점점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소가 1970~1984년 사이 프랑스에서 태어난 27~44세의 성인남녀 8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프랑스는 사회정책 덕에 가난과 소득 불평등이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모델은 불평등을 완전히 해소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프랑스 정부는 ‘심각한 기회 불평등의 잘못’을 인정하는 한편 소득 불평등의 고착화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 스트라테지>는 아울러 프랑스인들의 출신과 생활수준 사이에 긴밀한 연관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관리직의 아들이 노동자의 아들보다 부자가 될 확률이 약 4~5배 크다는 것이다. 노동자의 아들이 관리직의 아들보다 졸업장이나 각종 자격증을 따기 훨씬 어렵다는 점에 기인한다.
물론, 노동자 출신이 계층사다리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대에게는 그리 녹록지 않다. 프랑스 전체 인구 중 그들이 차지하는 비율은 43%인데, 그 중 21%가 10%의 최상위 부자 가정에, 60%가 10%의 가장 가난한 가정에서 살고 있다. 노동자 출신은 농부와 사무원, 소상공인 출신보다 사회 계층 이동이 어렵다. 반면에 고위 간부 출신 중 생활수준이 평균 이하인 사람은 겨우 10%인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의 보다 부유한 10% 중, 약 50%는 가장 부자인 부모로부터 대물림을 받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사장인 아버지를 두고 있으며, 프랑스의 귀족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현상은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프랑스 스트라테지>에 따르면, “사회적 출신과 학력, 그리고 학위의 수준에 의한 영향”이 가장 크다. 이들의 가족 구성이나 이민자라는 출신, 혹은 성별·나이의 영향은 매우 적다. “따라서 모든 어린이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교육적 기회 균등을 보장해야 한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졸업장이나 자격증을 따지 않으면 굉장히 불리하게 된다”라고 <프랑스 스트라테지>의 책임자 파브리스 랑글라르(Fabrice Lenglart)는 강조한다. 랑글라르는 “대학에 가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유아기부터 제대로 된 질적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교육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교육의 질적 개선이 먼저 이루어져야 함을 깨우쳐 준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가 교육 우선지역의 초등학교 1~2학년 분반 문제를 크게 이슈화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기서 한국의 교육 제도와 환경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프랑스 연구에서 보듯이 사회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교육이 살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은 어떠한가.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공교육은 무너지고, 대신 사교육이 판을 치고 있다.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윤택한 가정의 아이와 그렇지 못한 가난한 가정의 아이는 인생 출발선상에서부터 불평등이라는 비극을 맛봐야 한다. 지나친 사교육은 바람직한 교육방법에 대해서도 큰 문제를 야기한다. 서두에서 말했듯이 교육의 진정한 의미는 ‘학습’과 ‘지적·도덕적·육체적 능력의 발달’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 교육은 어떠한가. 학습 능력의 발달만 있고 나머지는 깡그리 사라지고 있지 않는가.
아무리 ‘금수저가 금수저 되고 흙수저가 흙수저 되는 세상’이라지만 그래도 흙수저가 금수저가 될 수 있는 하나의 지름길은 교육이다. 따라서 교육이 바로 서야 하지만 지난 수 년 간 대학 입시제도만 수없이 바뀌었다. 그러고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정책을 발견하지 못해 이른바 ‘공론화’로 답을 찾겠다던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경질되었다. 어떤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와도 이 문제는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교육 제도를 개선해 한국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는 원동력이 되게 하는 새로운 교육부 장관이 탄생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최인숙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sookjuliette@yahoo.fr)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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