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편법으로 고객 갈아타기 시킨 GA설계사 검사
고객의 민원 유도해 이직 회사 보험 가입 시켜…승환계약 제재 회피
2018-09-17 16:52:40 2018-09-17 16:52:40
[뉴스토마토 양진영 기자] 금융감독원이 고객들에게 보험회사에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도록 해 납입보험료를 돌려 받고 이직한 회사의 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해 수수료를 챙긴 GA(보험대리점) 설계사들에 대한 검사에 나섰다.
 
17일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GA보험사로 옮기거나 다른 GA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고객에게 일부러 민원을 내도록 해 기존 계약을 해지시키고 비슷한 보험을 다시 가입하도록 하는 사례가 확인됐다"라며 "승환계약으로 인한 제재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검사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원래 설계사가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6개월 내에 비슷한 상품을 재가입시키면 승환계약으로 분류된다. 이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받게 되며 2회 이상 적발될 경우 설계사 등록까지 취소되는 등 강력한 처벌이 내려진다.
 
그러나 문제가 된 설계사들은 계약과정에서 ▲청약서 제공 ▲자필서명 ▲주요 내용 설명 등에 대해 불완전판매 판매가 발생됐다고 고객이 민원을 제기할 경우 승환계약으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이 경우 보험사는 민원을 제기한 고객에게 그동안 납입받은 보험료를 모두 돌려주고 있어 고객은 금전적 피해를 입지 않고 설계사는 승환계약에 대한 제재를 받지 않게 된다.
 
반면 보험사 입장에서는 금감원의 민원 수에 따라 실태평가점수가 책정되고, 그 결과 종합검사 대상이 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객이 금감원 민원을 통해 민원을 제기할 경우, 설계사가 고객의 보험을 승환하도록 유도하는 게 아니라 고객이 자의로 보험을 해지하는 형태가 돼 승환계약으로 구분되지 않는 점을 노린 것"이라며 "다만 금감원에 민원을 넣는 절차가 복잡하고 수고로운 만큼, 설계사와 친분이 있거나 설계사가 주도적으로 민원과정을 피드백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GA 소속 설계사들의 승환계약 문제는 그동안 보험업계의 골칫거리로 알려져 왔다. 손보협회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적발된 승환계약 위반 건수는 10개 손보사에서 총 2200건이었다. 손보업계에 따르면 이중 95%가 GA 설계사에게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승환계약에 대한 문제는 있었지만, 금감원 민원을 활용해 이를 회피하는 형태는 처음 있는 일"이라며 "일부 설계사들로부터 집중적으로 금감원의 민원이 발생하다 보니 적발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보험업계는 설계사들의 승환계약 권유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 된 상황의 경우 고객이 납입보험료를 모두 돌려 받기 때문에 소비자의 피해가 없어 보일 수 있다"라며 "그러나 해당 고객이 보험 해지 전 보험료 청구를 자주 했다면, 해지 후 새로 보험을 가입을 위한 심사과정에서 제한돼 보험가입이 안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사진/금감원
 
양진영 기자 camp@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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