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에 관심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내가 사는 곳이 도시인데." 북가좌동에서 서울광장까지 서울도시재생엑스포 기획전을 보러 온 박모씨(50대 중반)의 관심사는 도시재생이 편리한 삶에 보탬이 될지 여부였다. 하지만 박씨는 어떤 도시재생을 바라는지 더이상 구체적으로 답변하길 꺼려했다. "전문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러왔을 뿐이에요. 아무래도 일반 시민은 전문성이 떨어지잖아요."
지난 13~15일 서울시청·서울광장에서 열린 서울도시재생엑스포는 최근 7년 동안 서울시가 해온 도시재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행사였다. 도시재생을 선도적으로 해온만큼 성과들도 많이 제시했지만, 과연 그동안 외치던대로 주민 주도의 정책이 잘됐는지는 의구심이 들었다. 엑스포에서 만난 시민들은 도시재생에 관심은 있으되 주도에는 자신이 없어보였다.
14일 오후 엑스포 행사 중 전문가·시민 참여 포럼인 '도시를 깨우는 비:포럼'에서는 도시재생 활성화 정책을 실제 추진하는 불광동 주민이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생계를 꾸려야 하는 일반 주민은 도시재생센터가 제시하는 과업을 하기에도 벅차고 정작 자신이 사는 마을을 깊이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전문가가 사업 밑그림을 그려준 다음에라야 주민 활동이 의미있다는 주장이 신빙성 있어보였다.
전문가들도 순전히 주민 관심만으로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주민 주도 기조를 지속시키는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명래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은 "처음에는 관심을 가지고 도서관·카페 등을 만들다가도 별 효과가 없어보이면 참여도가 떨어진다"며 "주민이 커뮤니티 관리 회사를 만들고, 관리 회사가 전문성과 경영적 방식으로 재생사업을 하면서 주민을 재조직화하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주민 주도 정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도시재생 성공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경고도 있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에 따르면, 세계 선진국에서도 도시재생 성공 확률은 5~10%에 그치고 주민이 직접 해야 그나마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그나마 다행히도 서울시가 이런 점을 염두에 안 두는 것은 아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형 도시재생이 극복할 과제로 '주민 역량을 갖춘 자립형 도시재생 확대'를 제시할 정도니 말이다. 이 과제대로 서울시는 객체가 아닌 주체로서, 주민이 주인되는 도시재생 정책을 끝까지 수행하길 바랄 뿐이다.
신태현 사회부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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