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난관에 다시 봉착했다. 최근 그룹을 총괄하게 된 정의선 수석부회장으로서는 최대 전략시장인 미국과 중국의 실적 회복이 더딘 상황에서, 한미FTA 개정과 미국의 관세 압박 등 통상 현안에 이어 지배구조 개편까지 삼중고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26일 정·재계에 따르면 10월 국정감사에서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 문제가 집중조명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불씨는 삼성이 당겼다. 삼성은 추석 직전인 지난 21일 삼성화재와 삼성전기가 보유 중인 삼성물산 지분 전량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 순환출자 고리를 끊었다. 10대그룹 중 순환출자 구조에 놓인 곳은 사실상 현대차 하나로, 일부 여야 의원들은 일감몰아주기와 함께 국감의 주요 의제로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답변 과정에서 나올 공정위의 대응 방안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를 연결하는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한다. 앞서 현대차는 현대모비스를 분할,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대로 철회한 바 있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은 현대글로비스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규제 해소와 연결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다음달 4일까지 입법예고하고,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정기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법안 처리 등을 위한 본회의는 오는 11월 1·15·29·30일, 12월 6·7일에 각각 열린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 사진/뉴시스
38년 만에 대수술에 오르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율을 상장·비상장사 모두 20%로 일원화했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 수석부회장이 23.29% 지분을 보유한 현대글로비스가 다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현대차는 앞서 정몽구 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29.99%로 맞춰 30% 제한을 피했다. 때문에 현대차로서는 순환출자 및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난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정 수석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지분율을 줄이면서 지배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늘리는 방식의 대응책이 필요하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법안 통과시 현대글로비스의 총수일가 지분 정리가 어떤 식으로든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현대차그룹이 늦어도 연말까지 새로운 지배구조 개편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동안 별다른 일정 없이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지배구조 개편 등 당면한 숙제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의 첫 지배구조 개편안을 좌절시켰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AS부문을 합병하라며 다시 압박에 나섰다.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8월말 미국 보스턴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과 접촉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 사전작업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계열사들도 IR(기업설명회)를 잇달아 열며 시장과 소통 중이다. 현대차는 올 들어서만 총 19회의 기업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21회)와 맞먹는 수치다. 현대모비스는 23회, 현대글로비스는 21회를 각각 열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