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성적 자존심을 상하게 한 상대방에게 심리적으로 보복하기 위해 상대방의 은밀한 신체부위를 비하하는 문자메시지를 반복해 전송했다면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협박·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사건은 수원지법으로 파기환송했다고 30일 밝혔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에 대해 "이씨가 피해자와 성적인 관계를 욕망하지는 않았더라도, 피해자로부터 다른 남자와 성적으로 비교당해 열등한 취급을 받았다는 분노에 피해자의 성기를 비하·조롱하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며 "피해자에게 자신이 받은 것과 같은 상처를 주고 동시에 자신의 손상된 성적 자존심을 회복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행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 역시 성적 욕망에 포함되므로, 피고인의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성적 욕망'에는 성행위나 성관계를 직접적인 목적이나 전제로 하는 욕망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성적으로 비하하거나 조롱하는 등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줌으로써 자신의 심리적 만족을 얻고자 하는 욕망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현행법상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우편·컴퓨터·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음향·글·그림·영상·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하면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에 해당한다.
이씨는 연인 사이이던 피해자 A씨가 성적 자존심에 상처를 주자 헤어지기로 마음 먹고, 빌려간 돈을 갚으라며 지난해 7월부터 한달간 총 22회에 걸쳐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하는 문자 등을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씨는 문자에서 A씨의 성기를 비하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1심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했고 범행 죄질이 좋지 않다며 유죄를 인정해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성폭력처벌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에 대해 "이씨는 피해자가 자신의 성기 크기를 언급한 것에 화가 나 연인관계를 정리한 후 피해자에게 수치심·불쾌감·심적 고통 등 부정적인 심리를 일으키고자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것으로 보일 뿐이고,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했다고 볼 수 없다"며, 협박죄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로 감형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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