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준 산업1부 기자
[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 문제에 대해 대표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의원님, 그 부분에 대해 설명 드리겠습니다."
"제 말 다 듣고 말씀하세요."
"…"
국정감사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국회의원들은 제한시간 7분 동안 질문하고 상대의 답을 들어야 한다. 하지만 준비된 원고를 읽으며 호통에 할당된 시간의 대부분을 할애한다. 아침부터 증인으로 불려온 기업인들이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국감에서 정작 답을 하는 시간은 몇 분 남짓이다. 경우에 따라 입도 못 떼고 돌아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의원들이 자신의 말을 이어가느라 제대로 된 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인들은 의원들의 호통만 듣고 하루를 공치는 셈이다. 의원들의 질문은 본질을 벗어나 사적인 내용이나 인신공격성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겠다는 의도 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
국감은 언론에게도 관심의 대상이다.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주요 기관장이나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주요 이슈에 대해 직접 답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감도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CEO들의 입을 통해 이통사들의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당시 정부는 통신비 인하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 이에 대해 이통사 CEO들이 한 자리에 모여 말을 할 수 있는 자리였다. 의원들은 여러 질문을 던졌고, CEO들이 답하려 하자 이를 가로채 자신의 말을 이어가는 장면이 반복됐다. 기자도 국감장에서 궁금했던 답변을 듣기 위해 귀를 기울였지만 의원이 답을 가로채자 받아쓰기를 멈췄다. 본인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며 해당 의원을 원망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기도 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요 대기업의 CEO들이 대거 증인으로 채택됐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이동통신 3사 CEO, 이해진 네이버 GIO(글로벌투자책임자),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이 국감장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 지난해와 비슷한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국감은 국회가 입법 외에 정부를 감시·비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피감기관은 국가기관과 정부투자기관, 본회의가 특히 필요하다고 의결한 곳 등이다. 하지만 국감은 언제부터인가 기업인들을 무더기로 불러내 의원들이 호통치는 자리로 변질됐다. 국감의 본질이 제대로 지켜지길 바란다.
박현준 산업1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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