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오비맥주가 실체없는 매각설에 휩싸이며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매각설은 지난 9월부터 불거졌고, 1일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또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그동안 매각설과 관련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았던 오비맥주는 향후 근거없는 루머에 대해 진원지 추적을 비롯한 법적조치 등 강경대응을 예고한 상황이다.
이날 주류업계는 크게 술렁였다. 국내 맥주시장 점유율 1위인 오비맥주가 매각을 추진 중이고 신세계그룹이 TF를 구성해 오비맥주 인수에 나섰다는 한 매체의 보도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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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내용은 비교적 구체적이었다. 신세계그룹이 오비맥주 인수를 위한 TF팀을 꾸리고 관련 인재 영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게 주된 골자였다.
그러나 정작 오비맥주는 물론 인수 대상자로 거론된 신세계그룹도 이를 적극 부인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오비맥주 인수 TF팀을 꾸렸다는 보도에 대해 내부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사실 무근"이라고 잘라 말했다. 신세계의 오비맥주 인수설은 지난 9월 처음 제기됐다. 신세계그룹이 오비맥주를 인수하기 위해 물밑 작업 진행 중이라는 설이 나왔고 정용진 부회장이 평소에도 맥주사업 확대에 관심을 보여온만큼 신빙성 있는 소문으로 여기는 시각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도 신세계는 공시를 통해 "사실 무근"이라고 일축한 바 있다.
브루노 코센티노(한국명 고동우) 사장과 모델이 '카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오비맥주도 계속되는 루머에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루머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엔 근거없는 내용에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며 "하지만 최근 영업 현장과 다수의 도매상들까지 일선에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고 더이상 루머가 재확산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법적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오비맥주가 처음 매물로 나온다는 이야기가 떠돌자 시장에서도 의아한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국내 맥주시장 60%를 점유 중인 1위 기업이 굳이 매물로 나올 명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거론됐던 매각 배경도 명쾌하지 않았다. 모회사 AB인베브의 대형 인수합병(M&A)에 따른 비용을 메우기 위한 매각 추진으로 알려졌지만, AB인베브는 2015년 SAB밀러를 약 121조3800억원에 인수했다. 반면 AB인베브가 2014년 오비맥주를 인수할 당시 투자한 금액은 6조1680억원 수준이다. 자금 상환을 위해 오비맥주를 매각한다고 가정해도 SAB밀러 인수에 들어간 비용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일각에선 신세계의 수제맥주 사업 확대 움직임이 와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신세계는 2014년 문을 연 '데블스 도어'를 필두로 수제맥주 사업 확대를 추진 중이다. 최근엔 국내 수제맥주 업체 인수를 검토하기도 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뜻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오비맥주 매각설이 증권가 등에서 돌아다니는 사설 정보지, 일명 찌라시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가 주류시장 내 대형 M&A를 앞세워 성장한 회사라는 점도 이같은 추측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는 국내 맥주시장에서의 위치가 공고한 만큼 주류업계에서도 매각설의 진위여부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며 "주류업계가 루머 하나에 들썩인 것도 그만큼 국내 맥주시장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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