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을 전격 소환조사했다. 대법관이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차 전 처장 소환 조사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조사도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7일 차 전 대법관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재판개입 의혹과 관련해 소환조사했다고 9일 밝혔다. 차 전 대법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적용된 피의자 신분이다. 검찰은 최근 구속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차 전 처장을 공범으로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한성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이 2014년 3월3일 오전 서울 서초대로 대법원에서 퇴임식을 마치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차 전 처장은 양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1년 10월부터 2014년 2월까지 법원행정처장으로 일했다. 이 기간 중 그는 ‘강제징용 피해자 손해배상 청구소송’과 관련해 일본과의 관계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와 논의해 재판 진행을 고의로 지연하는 등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최근 압수수색과 관련자 진술을 통해 차 전 대법관이 지난 2013년 12월 서울 삼청동 비서실 공관에서 김기춘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과 만난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자리에는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과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 등이 동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 전 대법관 후임인 박병대 전 처장(대법관)대법관도 2014년 10월 김 전 실장의 공관에서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당시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해외 파견 자리를 늘리거나 보장받기 위해 청와대와 외교부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차 전 처장은 이번 조사에서 적극 소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 전 처장에 대한 재소환 조사를 검토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차 전 처장의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서, 검찰 수사는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병대?고영한 대법관 등 의혹을 받고 있는 두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소환은 물론 양 전 대법원장의 소환시기에 대한 윤곽도 곧 드러날 전망이다.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기간 만료일은 오는 15일이다. 검찰은 이날이 지나기 전에 그를 기소해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는 특별재판부가 아닌 일반재판부에서 사건을 심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임 전 차장은 신상에 관한 기본적 질문 외에는 답변을 안 하고 있다. 검찰이 임 전 차장에 대한 구속 11일 만에 차 전 처장을 소환한 것도 임 전 차장에게만 집중할 경우 수사 진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 검찰 관계자가 임 전 차장을 기소한 후에도 수사는 계속될 계획임을 밝힌 바 있어, 박 전 처장에 대한 소환 조사는 이달 내에 이뤄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수사가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도 12월 중순쯤에는 검찰에 나와 조사를 받을 전망이다.
박상기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사법농단 의혹 사건 수사 연내 마무리’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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