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불과 몇년 전까지 생소하게 느껴졌던 미세먼지는 이제 TV나 신문, 인터넷 등에서 날씨예보와 함께 농도 현황과 예보를 전할 정도로 익숙한 이슈가 됐다. 육안으로 봐도 뿌옇게 흐린 창밖을 보며 이제 비 소식보다도 미세먼지 농도를 먼저 걱정하게 되는 게 현실이다. 이처럼 미세먼지가 세간의 관심사로 급부상한 이유는 다름 아닌 우리 건강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먼지란 대기 중에 떠다니거나 흩날려 내려오는 입자상 물질을 일컫는다. 먼지는 입자의 크기에 따라 50μm 이하인 총 먼지(TSP)와 입자크기가 매우 작은 미세먼지(PM)로 구분한다. 그리고 미세먼지는 다시 지름이 10μm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μm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뉜다. PM10이 사람의 머리카락 지름(50~70μm)보다 약 5~7분의1정도로 작은 크기라면, PM2.5는 머리카락의 20~30분의1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작다.
일반적인 먼지의 대부분은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배출된다. 하지만 입자의 지름이 매우 작은 미세먼지는 코나 구강,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우리 몸속까지 스며든다. 미세먼지의 농도와 성분이 동일하다면 입자크기가 작을수록 건강에 더욱 해롭다. 같은 농도인 경우 PM2.5는 PM10보다 넓은 표면적을 갖기 때문에 다른 유해물질들이 더 많이 흡착될 수 있다. 또 입자크기가 더 작아 기관지에서 다른 인체기관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미세먼지가 몸속으로 들어오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먼지를 제거해 우리 몸을 지키도록 작용하게 되는데, 이 때 부작용인 염증반응이 나타난다. 기도와 폐, 심혈관, 뇌 등 각 기관에서 염증반응이 발생하면 천식, 호흡기, 심혈관계 질환 등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노인과 유아, 임산부, 심장 질환, 순환기 질환자들은 미세먼지로 인한 영향을 일반인보다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 중 가장 염려되는 부분은 역시 기관지다.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가래가 생기고 기침이 잦아지며, 점막이 건조해지면서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된다. 특히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게 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 증가하고, PM2.5 농도가 10μg/㎥ 증가할 때마다 폐암 발생률이 9%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4년 미세먼지로 인해 기대수명보다 일찍 사망하는 사람이 한해 700만 명에 이른다고 발표했고,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미세먼지를 인간에게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미세먼지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선 우선 미세먼지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COPD 환자라면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인 날 부득이하게 외출할 때에는 치료약물(속효성 기관지 확장제)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를 걸러내기 위해 외출 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이 많은데 일반 마스크보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가 월등히 높은 효과를 낸다. 마스크가 물에 젖으면 정전기력이 떨어져 기능이 저하되고, 세탁 시 미세먼지 차단 필터가 손상돼 기능이 눈에 띄게 감소한다. 특히 호흡기 질환 환자의 경우 마스크를 사용하면 호흡 시 저항이 증가하고 흡입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착용 전 의사와 상의해야한다. (도움말=환경부)
미세먼지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출시 식약처 인증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지만, 만성 호흡기 질환 환자라면 의사와 상담 후 착용해야 한다. 사진/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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