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농협과 수협 등 상호금융의 준조합원 예탁금 비과세 혜택을 축소하는 세법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기획재정부는 비과세가 '농어민·서민의 재산 형성'이라는 당초 정책 목적에서 벗어나 중산층 절세수단으로 전락했다고 보고 비과세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내놨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12일 기재부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한 세법개정안에는 상호금융 출자금 배당소득 등에 대한 비과세를 43년 만에 일부 과세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가 '칼'을 든 대상은 준조합원이다. 비과세 혜택이 올해 말 종료되는데 조합원에 대한 비과세는 3년 연장하되 준조합원에 대해서는 비과세를 종료하고 내년 5%, 2020년 이후 9%로 저율 과세하는 방안을 개정안에 포함한 것이다.
'조합 등의 예탁금·출자금 과세특례'는 농업인과 서민의 재산형성을 통해 실질소득을 늘리고 저축의욕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작년 조세지출액이 5521억원으로 대상 예탁금과 출자금 가입액은 약 140조원 규모에 이른다. 이 제도는 농어민과 서민을 중심으로 비과세 혜택이 적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효과성을 일정부분 달성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가입자 중 준조합원과 조합원 중에서도 회원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포함된다. 이에 제도 도입 취지와 달리 비과세 혜택이 조합원인 농민보다 일반인이 가입하는 준조합원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 지금은 조합원이 아닌 일반인도 1만원의 출자금만 내면 준조합원 자격을 얻으며 비과세 통장을 가입해 3000만원(출자금 1000만원)까지 소득세(14%)를 면제 받는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조세지출예산서 분석에서 "고소득층의 경우에도 준조합원 등의 자격으로 비과세 대상이 될 수 있어 정책 대상 세분화를 해야한다"며 "농어민을 제외한 나머지 가입자에 대해 고소득층의 가입을 제한하거나 저율과세로의 전환을 우선 적용하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러나 정부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국회와 농림축산식품부, 농협 등이 똘똘뭉쳐 반대 목소리를 키우고 있어서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전원명으로 비과세 일몰기한 연장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내놨고, 이개호 농식품부 장관은 여러 경로를 통해 "총력을 다해 세법 개정안을 막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조세특례 폐지는 세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 관계자는 "비과세가 유독 농협·수협 등 상호금융에만 있어 시중은행과의 공정경쟁을 해치는 등 정부는 준조합원에 대한 비과세를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조합원과 준조합원 모두 비과세 일몰을 연장하는 내용의 의원안들도 제출돼 있어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 심의과정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종=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