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전국 경제 투어’의 세 번째 일정으로 경남 창원을 찾았다. 문 대통령은 오전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 참석을 시작으로 지역 스마트공장 시찰, 지역 경제인 오찬 간담회, 마산 창동 예술촌 방문 등 4개 일정을 소화하며 지역 제조업 기살리기와 민심 다독이기에 나섰다. 특히 경남의 숙원사업임에도 비용편익 문제로 지지부진한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 KTX)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약속하며 민심잡기에 나섰다.
청와대에서는 문 대통령의 이날 행보를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정치권에서는 최근 PK지역의 민심이 악화하자 이를 염두에 둔 일정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최측근이자 복심인 김경수 경남지사 힘실어주기라는 해석도 있다. ‘드루킹’ 사건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김 지사는 전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오전 경남도청에서 열린 전략보고회에서 “경남은 김 지사 취임 후 ‘스마트공장 보급 확산 4개년 계획’을 수립해 제조혁신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며 “정부도 경남의 도전을 응원하고 적극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김 지사의 1호 공약인 남부내륙철도를 언급하고 “경남과 경북 내륙지역의 균형발전, 또 지역경제 활력 제고를 위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곧 결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 대통령은 이어 지역의 스마트공장 우수사례인 삼천산업을 방문했다. 1986년 설립된 삼천산업은 세탁기와 식기세척기의 진동과 소음을 흡수하는 서스펜션 장치 등을 제조하는 업체다. 문 대통령은 최원석 대표로부터 주력 상품과 ‘제조실행시스템’(MES)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직원들의 직무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도 질문했다.
최 대표는 스마트공장 전환으로 매출이 증가해 오히려 직원이 늘었다면서도 “현장직들이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역할 변화로 인한 교육을 정부가 체계적으로 준비해줬으면 한다”면서 “이분들이 (공장이) 자동화돼서 내 직장이 없어진다고 불안해하지 않고, ‘내가 자동화를 시키고 또 다른 자동화를 시켜야지’ 하는 혁신적인 마인드로 갈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건의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직업교육이라고 하면 취업 전 직업 교육, 또는 실직하게 되면 새로운 취업을 위한 실직자들을 위한 교육 등으로 생각했는데, 지금은 스마트화하려고 하면 재직자 교육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고 공감했다. 김 지사도 “경남은 폴리텍대학 스마트인력양성 지원 센터를 내년에 만든다”며 기존 직원들을 위한 재교육 지원 계획을 설명했다.
오후에는 경남지역 경제인들과의 오찬간담회를 진행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만나 “경남 경제가 어려워 걱정이 많다. 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여러 해 전부터 계속된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조선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한 바 있고, 오늘은 스마트공장과 스마트 산단 계획을 발표했다”며 “제조업을 고도화하는 것만이 경남의 제조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조선 수주가 회복돼 수주실적이 세계에서 44%를 차지해 세계 1위를 탈환했다”며 “하지만 발주가 돼도 실제 건조가 되기까지 시일이 걸린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의 힘든 시기를 정부의 도움으로 잘 넘겨야 할 것이다. ‘제조업 수도’라는 자부심이 되살아나도록 함께 하겠다”고 격려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 지사가 13일 경남 창원시 지역 중소기업인 삼천산업을 방문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경남 일정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마산 창동 예술촌과 서점 ‘학문당’을 방문해 지역민들과의 소통에 나섰다. 창동 예술촌은 마산 5일장이 서던 곳으로 3·1만세운동, 60년 3·15의거, 부마 민주항쟁, 6월 항쟁의 시발점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김경수 지사, 허성무 창원시장 등과 함께 김경년 창동예술촌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150미터 정도 되는 창동예술촌 상상길을 천천히 걸었다. 현장의 시민들은 “대박”이라며 환호성을 질렀고, 일부는 휴대전화를 들어 사진을 찍었다. 문 대통령과 김 지사는 시민들과 악수하고 사진촬영에도 적극 응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학문당을 방문해 “이런 오래된 지역서점은 단순히 책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만남의 장소, 문화예술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문화예술 사랑방의 역할을 한다”며 “오랫동안 꼭 이 자리를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또 지역에서 활동하며 군사독재시절 저항시를 발표했던 이선관 시인의 시 전집과 진주 출생 허수경 시인의 산문집 등을 온누리상품권으로 구매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 창동예술촌을 방문, 환영하는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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